“보는 것과 인식하는 것은 다르다.”
사람이 어떤 물체를 보고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위계질서를 갖춘 시각피질 사이의 상부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서울대 심리학과 이상훈(40) 교수에 의해 밝혀졌다. 이 연구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온라인판 13일자에 발표됐다. 네이처>
눈의 망막에 맺힌 시각정보는 시상을 거쳐 대뇌에서 1차 시각피질, 2차 시각피질, 3차 시각피질로 전달돼 무엇을 보고 있는지 뇌에서 의식하게 된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보는 경험과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는 경험에 대해 각각의 시각피질이 서로 달리 반응한다는 게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롭게 드러났다.
이 교수는 1초에 5, 6개씩 짧은 시간동안 알파벳 문자를 양쪽 눈에 보여준 뒤 문자를 알아맞히도록 하는 실험을 하고, 매우 정밀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의 시각피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2차, 3차 시각피질이 반응하는 경우에만 문자를 제대로 알아맞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1차 시각피질은 시각정보를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2차, 3차 시각피질로 전이돼야만 우리 마음이 이 정보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2001년 <네이처> , 2005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등에 발표한 일련의 논문을 통해 무언가를 볼 때의 신경세포 반응(신경적 전이파도)과 지각할 때의 신경세포 반응(지각적 전이파도)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네이처> 네이처>
이 교수는 “이런 신경세포 연구를 통해 철학의 영역이었던 ‘의식’(마음)의 신경적 기반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부의 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기술 개발연구사업단의 연구지원으로 이뤄졌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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