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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갈등 공화국 대한민국

입력
2007.07.1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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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5개월 앞둔 탓인지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어지럽기 짝이 없다. 선거일이 코앞인데도 누가 최종 후보가 될지조차 예측이 불가능하다.

나라 안팎의 사정이 좀 괜찮다면 관전하는 맛이라도 있으련만 삼국지 보듯이 보아 줄 여유도 없다. 당장 서민들 살림살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 경제는 선발 주자와 후발 추격자 사이에 끼어 몇 년 후를 걱정해야 할 판이고, 북한 핵 문제는 여전히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대한민국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사회 전반에 갈등이 극심해졌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이달 초 다시 개정된 사립학교법을 보자. 당초 여당이 사학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사학의 비리를 제도적으로 막아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여당 안대로 해도 사학의 비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반면에 사학 운영에 재단 쪽이 아닌 사람 몇을 넣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전교조가 학교 운영을 장악하게 된다든가 학교의 자율성이 없어진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던 사학은 법이 개정돼도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고, 문제가 있는 사학은 법이 좀 강화됐다고 해도 여전히 비리를 저지를 개연성이 높다.

● 죽기 살기로들 싸우는 이유

이 법이 국리민복과 과연 그렇게 중차대한 관계가 있는지, 각계 인사들이 벌떼같이 나서서 4년 이상을 갑론을박해야 했던 문제인지 참으로 의문이다. 그 사학법 하나를 가지고 예산안 연계 투쟁, 다른 법 처리 지연, 삭발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논란과 논박과 갈등을 빚었다. 허탈하다. 사학법이 뭐기에 그렇게 목숨 걸다시피들 하고 싸웠는가.

국가보안법이나 과거사법, 언론관계법도 마찬가지다. 국가보안법은 국가 안보와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논란거리이긴 하지만 일부 개정한다고 안보가 무너진다거나 인권이 크게 손상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국보법의 적용을 받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렇게 악다구니를 써가면서 치고 받을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또 법이란 함부로 고쳐서는 안되지만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크게 보면 국리민복과 그렇게 본질적인 관계가 없는 사안들이 편을 가르고 싸우고 그 싸움을 질질 끌면서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그 일차적인 책임은 대통령과 정치권에 있다.

타협을 통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사람들이 비난과 분열과 갈등과 증오를 부추겼다. 그러면서 걸핏하면 국어사전에도 안 나오는 '진정성(眞情性)'이라는 말을 들이댄다. 그러다 보니 사회 각 부문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화장장 하나를 지으려 해도 무조건 반대부터 벌어진다. 하기야 대통령까지 나서서 법이 마음에 안 든다고 헌법소원을 덜렁 내는 판이니 보통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벌이가 좀 시원치 않아도 마음이 얼마나 편하냐에 따라 행복지수가 달라진다. 지금 한국인들이 행복하지 못한 것은 경제도 경제지만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 불편한 마음 때문에 지금은 어려워도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여유가 없다.

노 정권 5년의 교훈을 하나만 들라면 갈등과 분란을 증폭시키는 정치는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확인이다. 진정성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 마음 편한 사회 언제 오나

민주화를 이룬 지 벌써 20년. 그 사이 우리는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의 여파와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 왔다. 국민소득 2만 달러, 3만 달러도 중요하지만 역동적이면서도 마음 편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그런 사회는 법을 개정하고 제도를 고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러 정당과 정파, 자천타천으로 명함을 내미는 대선주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정치가 과연 그런 사회를 만들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 깊은 의문이 든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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