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윈 C 스윈트 지음ㆍ김정욱 이훈 옮김 / 플래닛 미디어 발행ㆍ440쪽ㆍ1만6,500원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수천년간 권력의 향방을 결정해왔던 총칼 대신 투표용지로 권력의 향방을 결정짓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피를 흘리지 않고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고안됐다는 점에서 선거는 문명적이다. 그러나 <네거티브, 그 치명적 유혹> 은 선거가 인간의 저열함과 야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보이는 장(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네거티브,>
책은 2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선거 가운데 가장 심한 악취를 풍겼던 25개의 네거티브 선거를 소개한다. 이들 선거에서는 중상모략, 권모술수, 명예훼손 등의 수단이 동원됐다.
1934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선거는 ‘빨갱이 낙인찍기’ 전략이 통한 선거였다. 사회주의적 성향의 업턴 싱클레어가 민주당의 후보로 나오자 상대당 후보는 물론이고 보수적인 헐리우드 거물들, 부동산업자, 언론들은 ‘공화당 후보가 아니면 캘리포니아는 모스크바가 된다’ ‘그가 당선되면 전국의 거지와 부랑아들이 캘리포니아로 몰려올 것’ 라는 식으로 공격했다.
1828년 대통령선거는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으로 난장판이 됐다. 민중세력을 대표하는 앤드류 잭슨 후보는 ‘살인자, 난봉꾼, 좀도둑, 거짓말쟁이’ 로 공격 당했고 귀족적인 존 퀸시 애덤스후보는 ‘폭군, 도박꾼, 방탕아, 포주’ 로 몰렸다.
전 남편과의 법적 이혼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던 잭슨의 부인은 ‘요부’ ‘이중결혼자’ 로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선거기간 내내 우울증을 앓았고 결국 잭슨의 대통령 취임식을 보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소개된 사례들을 훑어보면 민주주의의 모델처럼 여겨지는 미국도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선거 앞에서는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싸가지가 없다’ 거나 ‘비열한 비방이나 일삼는 모리배들의 좌장’ 같은 우리 정치판의 발언은 애교처럼 느껴질 정도다.
명예로운 비판보다는 부정적인 폭로가 대중들을 더 자극한다는 점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은 민주주의 선거제도에서 피할 수 없는 필요악인지도 모르겠다.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정치의 음지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는 책이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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