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숙 글ㆍ남은미 그림 / 푸른책들 발행ㆍ168쪽ㆍ8,800원
진욱이 엄마 꿈은 ‘아파트 한 채 갖기’. 재개발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다 쓰러져가는 백조연립으로 이사온 날 엄마는 곧 아파트가 생길 거라며 기뻐한다. 진욱이는 엄마와 동생 미나 뚱땡이 모녀가 뛰면 무너질까 불안하기만 한데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진욱이 엄마는 조합장 선거에 뛰어들고, 주민총회날 결국 또다른 야심가 뾰족턱 아줌마와 우당탕퉁탕 한판 드잡이를 벌이고 만다. 동네에서 극성스러운 여자로 낙인 찍혔지만 그래도 어쩌랴, 엄마인 걸.
<우리 동네는 시끄럽다> 는 가난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참 구수하게 담았다. 소시민적인 삶의 대표무대라고 할 수 있는 재개발 지역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6편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었다.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다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식이어서 이야기가 더 짜임새있게 전개되고 술술 잘 읽힌다. 우리>
“니네 집은 몇 평이냐”고 천연덕스럽게 묻는 아이들이 흔하다보니 재개발이다 아파트 분양이다 하는 어른들의 영역이 동화에 등장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집 문제 같은 것은 아이들의 영역이 아니지만 부모 옆에서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따른 문제라고 할 수도 없다. 아이들이 말은 못해도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했을 법한 이야기들을 작가는 제대로 짚어내고 있다.
특히 ‘스테이크 대작전’은 동네에 생긴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초등학생 호빈이가 돈을 모으는 과정을 우스우면서도 가슴 찡하게 그렸다.
스테이크도 못 먹어 봤냐며 같은 반 창호가 놀리는 것도 서러운데 짝사랑하는 리리까지 가세하니 더 얄궂다. 도배 일거리가 없어 집에서 쉬고 있는 아빠한테 그 비싼 스테이크 사달라고 조르기도 미안하고 염치없어 빗속에서 놀이터에 떨어진 동전을 줍는 아이의 모습이 마음 찡하다.
호빈이의 스테이크 타령에 노릇노릇한 녹두부침을 대령해 “아가, 얼렁 일어나. 시데끼(스테이크) 먹자”고 말하는 할머니의 지극한 손주 사랑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게 만든다.
통장선거와 초등학교 반장선거로 동네에 불어닥친 선거 열풍 등을 재미있게 그린 ‘신발 밑창에 구멍이 나는 이유’, 빵집을 하는 부모와 붕어빵 장사를 하는 엄마를 둔 친구의 갈등과 어른들의 이기심을 그린 ‘바흐베이커리와 황금붕어빵집’ 등 한 편 한 편이 교훈적이다.
넉넉지 않고 시끄러운 동네지만 이웃의 사정을 돌볼 줄 아는 따뜻한 이들의 웃음이 담뿍 담겨 있어 궁상맞기보다는 유쾌하다. 가난을 모르고 자란 아이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책 전반에 흐르는 듯하다. 강남 고액과외다 조기유학이다 판치는 통에 생일날 레스토랑에서 가족이 외식하는 게 꿈이라는 아이가 한켠에 있다는 걸 잠시 잊었다는 반성도 든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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