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설을 갖고 ‘불륜 소설’이라 하는 사람들까지 있다는군요.” 윤순례(40)씨는 그런 오해가 재미있는 모양이다. 그럴 법도 하다.
짐짓 풍요로운 이 시대, 한국은 인간 관계의 대변화를 건너가고 있다. 그의 <붉은 도마뱀> 은 깨지고, 어긋나고, 새롭게 돋아나는 여러 관계 양상 속으로 주인공들을 몰아 넣어 그들에게 의지와 욕망을 부여한다. 그에 대한 관찰기가 책 속의 여섯 중ㆍ단편이다.(민음사) 붉은>
“업소 가는 것보다 돈이 덜 들어서 모텔비만 내고 나 같은 여자 만나는 거야. 당신도 그렇잖아?” 화물 운송 트럭 기사와 은밀한 관계를 맺는 여자가 그에게 쏘아붙이는 말이다. 자신이 죽음의 운전으로 번 돈을 갖고 아내가 바람 피운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사무실에 있던 탐스런 선인장을 화분에서 잡아 뽑는다. 새빨간 핏물이 떨어졌다.
<붉은 도마뱀> 은 아내에게 배신 당한 남자가 베트남 국제 결혼 사이트 ‘나비’에 가서 신부를 구해 오는 얘기다. 그러나 그 여인마저도 “여기는 생각만큼 행복한 곳이 아니더라. 미안합니다”는 편지를 달랑 남기고 사라진다. 마치 위기를 맞으면 꼬리 달랑 자르고 도망 가는 도마뱀처럼. 붉은>
아내가 바람 났다. 남편은 절에 들어간다. 아내는 잘못을 빈다. 남자는 용서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남자는 10년 동안 절에서 기도하며 병든 자신을 수발해 온 여인을 잊지 못한다. 마침내 남편은 그녀를 찾아간다. 그녀는 그를 따라 나선다. <상사화> 에서의 기이한 순환은 과연 끝을 맺을까? 상사화>
한 여인이 아내와 아들이 있는 남자를 이혼하게 하고 결혼한다. 유부남을 뺏은 죄책감에 그녀는 전처의 아들에게 재산을 떼 준다. 그러나 그 남자가 병사하자, 전처의 아들은 나머지 재산을 다 뺏고 만다.
결국 친척집에 가서 더부살이 신세가 되는 그녀와 딸의 이야기를 딸의 입으로 듣는다.(<겨울 나들이> ) 성공하려다 알코올 중독자가 돼 버린 남자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여인을 생생히 그린 중편 <여덟 색깔 무지개> 는 등단작이기도 하다. 여덟> 겨울>
1996년 등단, 이제 첫 소설집이다. 그러나 그 간 중ㆍ단편 10여편을 발표했고, 2005년 장편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탄 견고함이 떠받친다. 문학 평론가 백지은씨는 소설집에 대해 “1990년대 여성 소설들에서 흔히 다뤄졌던 부박한 환상을 걷어낸 일상, 특히 가부장제에 대응하는 모습들에 대해 직ㆍ간접적 경험을 근거로 제시한 ‘의견’들”이라 평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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