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등단 10여년 만에 첫 소설집 펴낸 윤순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등단 10여년 만에 첫 소설집 펴낸 윤순례

입력
2007.07.14 18:44
0 0

“제 소설을 갖고 ‘불륜 소설’이라 하는 사람들까지 있다는군요.” 윤순례(40)씨는 그런 오해가 재미있는 모양이다. 그럴 법도 하다.

짐짓 풍요로운 이 시대, 한국은 인간 관계의 대변화를 건너가고 있다. 그의 <붉은 도마뱀> 은 깨지고, 어긋나고, 새롭게 돋아나는 여러 관계 양상 속으로 주인공들을 몰아 넣어 그들에게 의지와 욕망을 부여한다. 그에 대한 관찰기가 책 속의 여섯 중ㆍ단편이다.(민음사)

“업소 가는 것보다 돈이 덜 들어서 모텔비만 내고 나 같은 여자 만나는 거야. 당신도 그렇잖아?” 화물 운송 트럭 기사와 은밀한 관계를 맺는 여자가 그에게 쏘아붙이는 말이다. 자신이 죽음의 운전으로 번 돈을 갖고 아내가 바람 피운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사무실에 있던 탐스런 선인장을 화분에서 잡아 뽑는다. 새빨간 핏물이 떨어졌다.

<붉은 도마뱀> 은 아내에게 배신 당한 남자가 베트남 국제 결혼 사이트 ‘나비’에 가서 신부를 구해 오는 얘기다. 그러나 그 여인마저도 “여기는 생각만큼 행복한 곳이 아니더라. 미안합니다”는 편지를 달랑 남기고 사라진다. 마치 위기를 맞으면 꼬리 달랑 자르고 도망 가는 도마뱀처럼.

아내가 바람 났다. 남편은 절에 들어간다. 아내는 잘못을 빈다. 남자는 용서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남자는 10년 동안 절에서 기도하며 병든 자신을 수발해 온 여인을 잊지 못한다. 마침내 남편은 그녀를 찾아간다. 그녀는 그를 따라 나선다. <상사화> 에서의 기이한 순환은 과연 끝을 맺을까?

한 여인이 아내와 아들이 있는 남자를 이혼하게 하고 결혼한다. 유부남을 뺏은 죄책감에 그녀는 전처의 아들에게 재산을 떼 준다. 그러나 그 남자가 병사하자, 전처의 아들은 나머지 재산을 다 뺏고 만다.

결국 친척집에 가서 더부살이 신세가 되는 그녀와 딸의 이야기를 딸의 입으로 듣는다.(<겨울 나들이> ) 성공하려다 알코올 중독자가 돼 버린 남자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여인을 생생히 그린 중편 <여덟 색깔 무지개> 는 등단작이기도 하다.

1996년 등단, 이제 첫 소설집이다. 그러나 그 간 중ㆍ단편 10여편을 발표했고, 2005년 장편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탄 견고함이 떠받친다. 문학 평론가 백지은씨는 소설집에 대해 “1990년대 여성 소설들에서 흔히 다뤄졌던 부박한 환상을 걷어낸 일상, 특히 가부장제에 대응하는 모습들에 대해 직ㆍ간접적 경험을 근거로 제시한 ‘의견’들”이라 평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