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의 학력 사기극에 얽힌 의혹이 커졌다. 그가 학ㆍ석ㆍ박사 학위를 모두 거짓으로 꾸며대 동국대 조교수와 비엔날레 예술감독 자리를 얻어낸 경위가 도무지 상식과 거리 먼 때문이다.
대담한 사기행각이 그저 놀랍기보다, 애초 허술한 거짓말을 의심한 이가 많았는데도 막무가내로 교수 임용과 감독 선임을 강행한 배경이 아주 궁금하다.
이게 스캔들의 핵심이다. 신씨의 미친 듯한 사기 짓은 이미 확인된 만큼, 정신 멀쩡한 대학과 비엔날레 관계자들의 비호 또는 비리 의혹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먼저 비엔날레 재단이사회가 비정상적 절차로 신씨를 뽑은 배경을 밝혀야 한다. 신씨는 후보 추천을 위해 가짜 학력증명 문건을 제출했지만, 11명으로 구성된 후보선정 소위원회의 심사에서 고작 1표를 얻어 응모자 9명 가운데 2명을 추천한 후보에 끼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사회는 최다득표 후보가 고사한다는 등의 이유로 엉뚱하게 신씨를 선임했다. 일부 이사가 이의를 제기했으나, 재단이사장이 적극 신씨를 밀었다고 한다.
이사장은 신씨 선임을 철회하면서도 심사자료 공개를 거부했으나, 비엔날레 재단의 공공성에 비춰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감독기관이 개입해서라도 외압설 등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국대가 신씨를 채용한 경위도 의혹 투성이다. 재단이사가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하는데도 팩스로 받은 가짜확인서 1장을 근거로 채용을 강행한 것은 안팎의 비호를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관련학과의 반대가 계속되자 신씨를 교양교육원으로 돌려 '교수 타이틀'을 지켜준 것이 순수한 인재 유치 목적이라고 믿기도 어렵다. 신씨를 통해 뭔가 큰 이득을 기대했으리라는 추측이 나도는 이유다.
이 모든 소동이 현란한 신씨의 농간에 맥없이 휘둘린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학위검증 시스템이나 학력중시 풍토를 새삼 탓하는 것은 초점을 흐린다. 배후가 있든 없든 황당한 사기극에 사회가 놀아난 근본은 어디든 정실과 편법이 판치는 현실이다. 그 점을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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