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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내 아이를 바꾼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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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내 아이를 바꾼 독서

입력
2007.07.1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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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나 회사로 찾아오는 사람마다 쌓여있는 책을 보고 깜짝 놀란다. 출판전문가로 살다보니 출판사들이 신간을 보내주는데 그 양이 만만치 않다. 어린 시절 책이 없어 집집마다 다니며 책이란 책은 모두 가져다 읽었던 것을 생각하면 나는 무척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한 일은 또 있다. 집에 책을 가져다놓으니 두 딸이 모두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했다. 어려서는 만화만 좋아하던 작은 아이는 커가면서 책에 눈을 돌렸고, 고등학생 시절 머리맡에 책과 휴대전화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작은 아이는 무척 감수성이 예민하다.

작은 아이는 대학입시에 두 번이나 실패했다. 나는 스스로 진로를 선택하도록 유도했는데 결국 삼수생의 길을 택하고 말았다. 세 번째 수능시험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아침에 아파트 문을 나서던 아이가 휴대전화를 받더니 “그래 너 어디야!” 하고 소리치며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가장 절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 아이는 마치 자기가 상주나 된 듯 영안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장례식이 끝난 다음에는 피곤에 지쳐 며칠을 집에서 잠만 잤다. 삼수생이라 한시가 급할 터인데도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대견해서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올해 아이는 한 대학의 사진과에 입학했다. 그러고는 자기 능력을 맘껏 발휘하고 있다. 선(線)을 주제로 사진을 찍어오라는 과제를 받자 대부분이 단순히 조형물에 ‘놓여있는’ 선을 찍어와 혼났지만 자기는 친구의 등에 붉은 선을 긋고는 선의 변화가 나타나는 사진을 찍어 칭찬을 받았다고도 했다.

책은 나와 두 딸의 인생을 바꿨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을 바꾼 것은 책이 아니라 책을 대하는 자기 자신일 것이다. 아이들은 책과 타인에 대해 어느 정도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나는 활자중독증에 빠져 너무 소중한 것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끔은 스스로 자신의 한계에 놀라 소름이 돋곤 한다.

한기호ㆍ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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