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광우병 파동 이후 3년 7개월 만에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한 롯데마트의 잠실점. 육류코너에 이날 첫 선을 보인 미국산 쇠고기 판매대는 하루 종일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로 북적댔다.
반면 한우와 호주산쇠고기 코너는 평소보다 한산해 대조를 보였다. 이날 매장에는 한우 1등급에 맞먹는 초이스급 냉장육으로 꽃갈비살 180㎏과 윗등심 170㎏ 등 모두 350㎏이 나왔는데, 꽃갈비살보다 훨씬 값싼 윗등심은 오후 4시께 동나버렸다.
롯데마트가 대형마트로는 처음으로 전국 53개 매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들어갔다.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의 반발도 거셌지만, 매장마다 첫날 확보한 물량이 속속 매진됐다. 소비자들이 일단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높은 기대를 나타낸 것.
롯데마트 관계자는“판매 개시 6시간만에 2톤, 3,600만원어치를 팔았다”며 “평소 수입육 매출의 4배를 올렸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냉장육 꽃갈비살과 윗등심 5톤 분량을 우선 내놓았다가 오후부터 냉동육을 추가 투입했다.
소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저렴한 가격에 만족했다. 잠실점에서 윗등심 1.4㎏(2만1,700원)을 구입한 주부 박 모씨는“미국산 쇠고기를 사기 위해 일부러 장을 보러 나왔다”며 “한우로 이 정도 사려면 5만원은 족히 넘을텐데,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오랜만에 가족들이 쇠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 판매되는 미국산 윗등심은 100g당 1,550원으로, 같은 등급 호주산(3,150원)의 절반에 불과하고, 돼지고기 삼겹살(1,350원)과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꽃갈비살도 100g당 3,950원으로, 같은 등급의 한우보다 40%, 호주산보다 30% 저렴했다.
하지만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일부 매장은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중단하는 등 홍역도 치렀다. 시민단체는 롯데마트 서울역점 등에서 “지난 1년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되는 등 광우병에 대한 안전성이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검역 과정도 믿을 수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항의시위 때문에 판매 개시 1시간만에 판매대를 철수시켰고, 안성점 충주점 광주상무점 청주점까지 모두 5개 점포가 판매를 중단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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