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에 앞서 우리 국회가 먼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비준동의를 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 김명자 의원을 단장으로 한 9명의 국회 한미 FTA 포럼 의원 대표단이 워싱턴에서 미 의원, 재계 인사들을 만난 뒤 내린 결론이다.
한 두 명의 의원들이 신중론을 내세우기도 했으나 김 단장을 비롯, 박영선 정의용 황진하 의원 등 대다수는 12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선 비준론’에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 듣기에 민망했던 것은 이들이 “한국이 먼저 비준 동의하면 미 의회를 압박하고 미측의 수정요구도 막아낼 수 있다”는 미 재계 인사들의 ‘친절한 충고’를 앵무새처럼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국적 불명의 ‘선 비준론’에 대한 거부감을 넘어 그것이 우리의 국익이라는‘전략적 발상’운운은 더욱 수긍하기 어려웠다.
입에 거품을 물며 한국 의원들에게 쇠고기, 자동차 문제를 집요하게 따진 미 의원들이 우리측의 선 비준 동의를 압박으로 느낄 지는 의문이다. 미측은 그들의 주장대로 쇠고기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FTA를 상정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선 비준론은 국익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할 국회 비준 동의권을 미 의회의 행동을 유도하는 ‘불쏘시개’로 헐값에 던지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한미 FTA로 취약해지거나 피해를 보는 국내 분야의 경제 주체들이 들으면 억장이 무너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행태는 의원들이 음지를 어루만질 생각은 않고‘협상이 참 잘 됐다’는 노무현 정부의 자화자찬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처럼 비쳐진다. 국민들은 미국 비준에 목메는 의원들 보다는 FTA에 따른 국내 대책이 충실히 마련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의원들을 더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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