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포인트를 올려야 다음에 또 0.25%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목표를 인상한 후 기자회견에서 “정책금리 0.25%포인트 인상 정도로는 현재 유동성 과잉상태를 해소하는데 미흡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같이 대답했다.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추가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명한 구두 메시지인 셈이다. 한은은 2005년 10월 이후 2006년 8월까지 콜금리 목표를 5차례 연쇄적으로 인상한 바 있다.
한은은 지금까지 더디게 회복하는 국내경기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급속히 늘어나는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총액한도대출 축소나 예금 지급준비율 인상 등의 철 지난 정책을 구사하면서까지 가급적 금리인상을 피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올 6월21일까지 이 같은 조치를 6차례나 시행했지만, 유동성 감소효과는 거의 거두지 못했다.
콜금리 인상이 이어지던 2005년 10월에서 2006년 8월까지 8% 전후를 유지하던 전년대비 광의유동성(L) 증가율은 2006년 9월 이후 10%를 넘어섰으며 급기야 올해 들어서는 12%를 넘나들고 있다. 또 6월에는 당국의 각종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대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금리 인상 이외에는 통제불능의 상황에 도달했다.
결국 남은 것은 콜금리 추가 인상의 시기다. 지금까지 콜금리를 두 달 연속 인상한 전례가 없다. 따라서 8월은 건너 뛰고 9월께 추가 금리인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변수는 9월에 추석연휴를 앞두고 있어 금리 인상이 자칫 중소기업 등의 자금사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10월 이후로 늦추면 연말 대통령선거가 가깝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한은은 금리인상이 국내 경기 전반에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우선 환율의 경우 “2000년 이후 8차례 콜금리가 인상됐지만, 콜금리 인상 전후 한달간 원화가 강세를 나타낸 것은 두 차례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여전히 원화 금리가 미국 달러화 금리보다 낮은 상황에서 기업이 외화차입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적고, 외국인의 한국투자도 채권투자보다는 주식투자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금리와 환율의 관계가 밀접하지 않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증시와 금리의 상관관계 역시 증시 상승 국면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주가도 오르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가계ㆍ중기대출이 단기 급증한 상황에서 내수 회복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최근 국내경제가 약간씩 회복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단행된 이번 콜금리 인상으로 경기회복 추세가 꺾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출금리는 기준 금리로 활용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인상에 이어 조만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이날 일제히 예금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일부 특판 예금에만 적용되던 ‘5%대 금리’가 일반화하는 것이다.
지난달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오름세를 보였던 부동산 시장도 안정세를 찾을 전망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견돼왔기 때문에 시장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집값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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