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통령 가상 발언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지난달 중앙선관위에 미리 물은 질의서 전문을 11일 공개했다. 선관위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두 차례나 '선거중립 의무 위반' 결정을 내리자 "일일이 질의하고 발언하겠다"던 어깃장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바로 그 질의서다.
우리는 애초에 청와대가 선관위에 질의서를 보낸 것 자체가 치졸하고, 선관위가 이에 대해 완곡하게 무시하는 답변을 했듯 시비 걸기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보았다.
또 청와대가 더 이상 이 문제로 국민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를 바랐다. 더욱이 선관위 결정에 대해 '자연인 노무현'의 정치적 자유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까지 냈으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역시 청와대의 선택은 달랐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은 '선관위, 일관성을 잃었다'는 성명으로 선관위를 강력히 비난하는 한편 그에 덧붙인 질의서 전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경선후보에 대해 하고 싶던 말을 다 했다.
'검증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한나라당이야말로 지난날을 반성하고 공작정치, 술수의 정치를 즉시 중단해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번 대선에서 또 실패를 면하지 못할 것' 등등이다.
형식만 달라졌을 뿐 내용은 그 동안 선거개입 논란을 불렀던 노 대통령의 발언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끝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나라당과 그 유력 대선주자를 비난하겠다는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지가 그대로 또렷하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청와대는 12일 한나라당 이 후보의 '서민을 위한 조세개혁' 공약을 통박하고 나섰다. '대선은 국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지, 부동산 부자를 위한 대통령이나 강남구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는 등 정당 대변인 성명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내용이다.
유권자의 몫인 공약 검증을 아직도 자신들의 몫인 양 여기는 청와대, 국민적 요구인 중립적 선거관리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청와대, 길이 아닌 곳만 용케도 찾아가는 청와대의 실물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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