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 빈탄, 아무것도 안 해도 좋다, 무한자유니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 빈탄, 아무것도 안 해도 좋다, 무한자유니까…

입력
2007.07.14 02:09
0 0

바다에 반사된 열대 햇빛이 블라인드 틈을 뚫고 들어와 눈꺼풀 사이로 스며든다. 그 빛을 피해 몇 번 뒤척여보지만 늦잠을 자겠다던 어젯밤 다짐이 무너진다. 일어나 시계를 보니 아침 6시, 한국시간으론 8시다.

창 밖으로 내다 보이는 인도네시아 빈탄 클럽메드 전용해변은 야자수만 아니라면 우리나라 서해나 남해안 어느 해변으로 보일 만큼 아담하고 조용하다. 아침 일찍 쓸어 놓았는지 모래밭엔 발자국 하나 남아 있지 않다. 어제 밤, 쏟아지는 별빛을 받으며 해변을 걸을 때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던 고운 모래의 감촉이 되살아난다.

“무엇이든 할 자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 이것이 세계적인 프랑스계 리조트 클럽메드에서 허용되는 자유라고 했다. 난 주저하지 않고 후자의 자유를 택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위해 베개를 침대 머리에 단단히 쌓아놓고 평소 읽으려고 벼르던 두툼한 책을 꺼내 들었다.

조용히 돌아가는 천장의 팬소리, 파도소리, 새소리가 기분을 쾌적하게 한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지금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늘 하던 방안 뒹굴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독서를 방해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면 도대체 뭘 해야 하나.’ 고민 끝에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 평소에 한번도 안 해본 걸 하기로 했다.

클럽메드에서는 윈드서핑, 카약, 요트 세일링, 스노클링 등 해양스포츠에다 양궁, 테니스, 공중그네, 골프강습, 스쿼시, 요가 등을 즐길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중그네에 도전해보라고 권했지만, 평소 육교를 건널 때도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고소공포증이 있는 처지라 꿈도 꾸지 못한다. 그래서 도전한 게 윈드서핑.

강사의 설명을 들은 후 몇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돛대를 잡고 서는데 성공했다. 바람을 타고 서핑보드가 순식간에 해변에서 멀어지는데, ‘아차, 방향을 전환하는 방법을 아직 못 익혔네.’ 곧바로 안전요원이 보트를 몰고 따라오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바다건너 싱가포르까지 갈 뻔했다.

이어 티칭 프로 자격을 갖춘 강사가 공짜 레슨을 해준다는 골프 연습장에 간다. 스윙을 옆에서 지켜보던 강사가 골프채 잡는 법을 고쳐주고, 팔뚝에 힘을 빼라고 조언한다. 고수의 가르침이다. 오후 5시, 늘씬한 일본인 강사가 해변 나무그늘에서 진행하는 요가 강습도 이국적이며 신선한 기억이다.

빈탄 클럽메드를 주로 찾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인근 싱가포르 사람들. 그 다음으로 한국ㆍ중국ㆍ일본인과 그곳에 거주하는 유럽인들이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 중 골프광들이 특히 좋아한단다.

클럽메드에서 5분 거리에 ‘아시아 5대 골프장’에 선정됐다는 리아빈탄 골프클럽이 있기 때문. 골프장 이용료가 주중 10만원, 주말 20만원 선이라 저렴하진 않지만, 호기심에 도전하기로 했다.

곳곳에 연못이 있고,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바로 정글이라 초보자라면 공을 충분히 준비하는 게 좋다. 유리처럼 빠른 그린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는데, 조용히 지켜보던 현지인 캐디가 짧은 한국말로 “내리막, 홀 왼쪽으로 공 두개”라고 훈수한다. 수많은 원숭이 갤러리의 주시 속에 한 홀 한 홀 지나다 보니 어느새 8번 홀.

모처럼 높은 야자수 숲 사이 좁은 페어웨이에 공을 안착 시킨 후 모퉁이를 돌아 공 앞에 도달한 순간, 지금 골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잊어버렸다. 눈앞에 펼쳐진 짙푸른 바다와 그 앞에 돌출된 절벽 끝에 걸려있는 그린. 어차피 쫓아오는 뒤 팀도 없으니, 골프채는 집어 던지고 사진 찍기에 열중한다.

빈탄 클럽메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의 하이라이트는 야간 수영이다. 무제한 제공되는 각종 알콜음료를 즐기다 기분이 좋아지거나, 신나게 댄스를 즐기다 몸이 달아오르면 옆에 있는 수영장에 뛰어들면 된다. 물이 낮 시간 태양열에 적당히 미지근해진 상태라 심장에 무리가 될 위험은 거의 없다. 게다가 수영장 한쪽 면이 앞바다 수평선과 맞닿아 있어 마치 수면에서 바라보는 밤 경치도 기가 막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여행이 이렇게 막을 내린다.

■ 여행수첩

● 클럽메드 빈탄 빌리지는 인도네시아 빈탄섬 북쪽 해안에 위치해 있으며, 싱가포르에서 약 50㎞ 떨어져 있다. 싱가포르에서 클럽메드까지는 페리로 약45분 걸린다.

● 5~10월이 건기이다. 하지만 오전 중엔 종종 1시간 내외 소나기가 내린다. 11~4월은 날씨 사정에 따라 해상 스포츠가 중단되기도 하며, 특히 12~3월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 하지만 연중 섭씨 26~32도 정도의 열대 기후라 1년 내내 해수욕이 가능하다.

● 인도네시아 화폐는 '루피'로 100루피는 요즘 시세로 약 10원, 현지 물건 가격표에서 '0'하나를 빼면 계산이 쉽다. 같이 통용되는 싱가포르 1달러는 약 603원.

● 빈탄에 가기 위?거쳐야 하는 싱가포르는 담배를 한 갑 이상 가지고 입국할 수 없다. 애연가라면 미리 담배를 사지말고, 싱가포르에서 빈탄으로 가는 페리 터미널 내의 면세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 기회에 담배를 끊는다면 더욱 좋고.

● 클럽메드 코리아(clubmed.co.kr)는 창립 15주년을 기념해 '스마일 스마일 패키지'를 할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빈탄, 말레이시아 체러팅은 99만원(이하 어른 4박5일 기준), 태국 푸켓, 인도네시아 발리는 109만원이다. 단 성수기(7월20일~8월21일) 제외. 또 4박 이상 허니문 스위트룸 예약 고객에게는 1박을 무료로 제공하는 '허니문 러브 패키지'를 판매한다. 패키지에는 커플스파, 스페셜 디너, 동화면세점 5만원 구입권 등이 포함돼 있다. 빈판의 경우(5박6일 8월1일~10월31일 출발) 143만2,000원 (02)3452-0123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