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통합 문제를 둘러싸고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 통합민주당 김한길, 박상천 공동대표 등 3자 간의 기(氣) 싸움이 치열하다. 민주당 박 대표는 줄기차게 '선(先) 열린우리당 해체'를 외치고 있지만 우리당 정 의장은 '우리당 해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 김 대표가 있다.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 우리당 탈당파 등 3개 정파 수뇌부의 4자 회동이 무산된 가운데 통합민주당 김 대표는 12일 "중도개혁 대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면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3지대의 대통합신당 창당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저부터 기득권을 버리면 우리당의 중도개혁세력도 기득권을 버리고 제3지대에 나와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의장은 '우리당 해체 선언을 요구하면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김 대표의 발언은 일단 우리당을 제외한 채 이미 우리당을 탈당해 제3지대에 나와 있는 '대통합추진모임'과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나의 기득권 포기 발언은 탈당 선언이나 통합민주당 해체 주장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 "대표직이나 지분 등 신당 창당 때 걸림돌이 될 것들에 대해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통합을 위해 통합민주당 탈당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김 대표가 실제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은 적다. 따라서 김 대표의 발언은 대통합이 이뤄질 경우 대표직을 내놓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통합 논의에서 통합민주당의 주도권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당 해체와 통합민주당의 주도권을 강조하는 박 대표와 차이를 보인다.
또 김 대표는 우리당과의 합당 보다는 우리당 탈당파와의 연합을 선호하는 점에서는 당 대 당 통합을 바라는 정 의장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대표의 행보를 박 대표에 대한 압박 차원 또는 공동 대표 간의 헤게모니 다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김효석 신중식 의원 등 민주당 대통합파 7인은 이날 조찬 회동을 갖고 대통합을 위한 지도부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18일쯤 탈당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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