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일부구청 부동산개발 관련 공무원들의 고액 족집게 강좌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중앙과 지방 공무원들의 디벨로퍼(부동산 개발) 강의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분야 정책입안ㆍ결정 권한이 있는 간부나 실무자가 사설학원 강사로 나선다는 점에서 정보유출 가능성과 도덕성 논란이 제기돼 이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일보가 12일 인터넷에 떠있는 강좌를 통해 확인한 결과, 디벨로퍼 교육과정 강사로 나선 공무원들은 1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서울시와 각 구청은 물론, 건설교통부에서 부동산 개발과 재개발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인터넷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강사활동을 하는 공무원까지 포함하면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도심 재개발을 담당하는 A팀장(5급)은 지난해 3월부터 서울 종로구의 부동산 교육 사설업체의 강사진으로 등록했다. 그는 지난달 22일까지 한번에 2시간씩 총 4차례에 걸쳐 인허가 등 부동산 정비사업 절차 등을 주제로 1회 19만 3,400원을 받고 강의했다.
A팀장은 “직접 만든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갖고 인허가 절차 등을 설명했다”며 “정보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외부강의 감사에 착수한 직후인 11일 학원에 전화를 걸어 향후 강의를 취소했다.
서울 모 구청 B과장도 2005년 한국산업교육원이 개설한 부동산최고위과정에서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제목으로 관련법과 사례연구를 강의했다. 같은 구청의 건축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아예 지난해부터 민간 경제연구소의 지방교육장에서 지도교수를 겸직하면서 부동산 강의를 매주 2시간씩 하고 있다.
건교부에서 토지관리업무를 담당하는 C 사무관은 2007년 5월9일~7월20일 한 민간업체가 부동산개발전문가를 육성하는 코스의 교육과정에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 부처의 다른 사무관도 국토개발 업무를 담당할 당시 ‘부동산 디벨로퍼 교육과정’에서 ‘국가 핵심클러스터와 기업도시 개발방향’이란 주제로 3시간 동안 강연하기도 했다.
관련업체 관계자는 “개발정보에 밝은 부서 간부가 강의한다는 소문만 나면 수강료로 수십만원을 받는 강의가 순식간에 마감된다”며 “이에 따라 특정인을 강사로 모시기 위해 학원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개발정보를 직접 다루는 공무원이 강의에 나간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설학원의 돈벌이를 위해 동원되면서 돈을 받는 대가로 정보가 유출될 개연성이 높은데다 부동산 업자들의 로비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이재근(35) 팀장은 “현재 규정상 월 3회 또는 6시간을 초과하거나 1회당 대가가 50만원을 넘는 경우에만 신고하도록 돼 있다”며 “공무원들의 외부강연 규정을 엄격하게 바꾸고 부적절한 강의를 한 공무원에 대한 징계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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