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의 “가톨릭 교회만이 진정한 그리스도교의 교회이며 그 외 개신교, 성공회는 진정한 교회가 아니다”는 10일 발언이 문서로 공개되면서 국내 개신교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신교계는 교황청이 ‘그리스도인 일치촉진평의회’ 등을 통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 이후 수십년간 가톨릭과 개신교의 일치 협력에 노력했고,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해 교회일치 운동을 전개해 온 터라 교황의 발언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가톨릭계와 매년 ‘일치주간’을 통해 대화하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권오성 총무는 “아직 정확한 문건을 받지 않아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기 어렵다”면서 “교황이 가톨릭 교리에 대한 정체성을 강조하느라 이 같은 발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톨릭만이 완전한 그리스도의 교회다’라는 주장은 가톨릭에서는 역사적으로 주장해 왔던 교리이고, 교황의 발언 역시 기존 교리를 재확인한 것이 아니겠냐는 신중한 반응이다.
그러나 권 총무는 “이번 발언은 가톨릭의 개신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간 양측이 노력해 온 대화와 협력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면서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며 가톨릭계의 진의를 파악할 후에 반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측은 “종교간 대화의 노력은 KNCC 측이 담당하고 있다”며 “가톨릭에 대해 형제 교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교회가 많아 아직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가톨릭계는 이번 문건이 종교간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이영식 미디어팀장은 “가톨릭에는 ‘가톨릭만이 온전한 교회’라는 교리가 있다”며 “이를 다른 종교에 대해 배척하려는 의지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 교리에 따르면, 가톨릭 교회에서 갈라진 교회들은 ‘사도계승’과 ‘성찬의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가톨릭 교회가 인정하는 교회가 아니라는 것.
따라서 가톨릭은 나머지 개신교 종파들을 교회공동체로 지칭하고 있다. 이 팀장은 “이번 문건 역시 교황청에서 이런 교리의 차이를 지적하면서 나온 것”이라며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말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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