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텡가는 남체에서 탕보체 가는 길(참으로 아름답다)의 서너 채 집이 있는 아주 조그만 마을이다.
내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고 말한 것은 풍기텡가 마을 끝에서 만난 에베레스트에서 흘러내려오는 옥색의 강을 보고서이다.
남들에겐 그저 계곡 사이에 흐르는 강일 수도 있다.
놀랍다고 표현하기엔 어쩌면 너무도 평범한 풍광이기에, 시원치 않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강을 만난 이후 그 동안 내 몸을 몹시도 짓눌렀던 아픔이 사라졌다.
33년 사진가의 생에서 정말 조금 밖에 느끼지 못했던 전율이다.
행복했다.
그 전날의 저녁은 박영석 대장의 초대를 받았다. 그가 직접 요리한 동태찌개(환상적이다)를 대접받고 우리팀 모두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무척이나 행복했었다.
갑자기 이 죽도록 싫어했던 히말라야가 좋아졌다.
바람의 소리가, 손에 닿는 구름과 안개자락이 좋아 죽을 지경이다.
풍기텡가는 그렇게 시시하게 찾아와 천근만근 무거웠던 발걸음에 날개를 달아주었고, 나를 날아가게 만들었다.
나에게 세상은 어쩌면 그리 복잡하지 않으며, 강가에 널려있는 히말라야의 돌멩이 하나 주머니에 넣고서(소설가 김수경 선생님의 부탁을 받아 선물해 주었다) 행복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놀랍게도.
여행은, 산행은, 탐험은 예측할 수 없는 너무 아름답고 너무나도 슬픈 오묘한 삶의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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