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미터 달리기 하듯 마라톤을 뛴다면 어떨까. 짧게는 50회, 길게는 200회 이상 이어지는 일일 드라마와 주말드라마가 미니시리즈의 전유물이었던 빠른 전개와 굵직한 사건 중심의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막을 내리는 MBC <나쁜여자 착한여자> 는 불륜을 소재로 초반 빠르고 파격적인 스토리를 전개했다. 1회부터 건우(이재룡)와 서경(성현아)의 불륜장면이 등장하고 그것을 서경을 남편을 짝사랑하는 소영(유서진)이 목격하는 등 빠른 전개로 시청자의 눈길을 잡았다. 나쁜여자>
아침드라마 MBC <내 곁에 있어> 도 비슷하다. 딸 지애(김정민)가 선희(최명길)의 20년 전 외도 사실을 안 뒤 몇 회 지나지 않아 남편 용기(임채무)도 그 사실을 알게 된다. 또 선희의 숨겨진 아들 은호(백종민)의 살인미수사건도 시작부터 무죄 선고까지 숨 가쁘게 진행됐다. 내>
보통 50회까지 이어지는 주말연속극도 과거와는 다른 구성을 보여준다. SBS <황금신부> 는 불과 6회 만에 진주(이영아)-준우(송창의), 지영(최여진)-영민(송종호) 등 주인공 커플들이 모두 결혼했고, 준우가 자신이 공황 장애임을 밝히며 진주에게 이별을 고하는 등 굵직한 사건들이 이어졌다. 황금신부>
이처럼 긴 호흡의 드라마들이 미니시리즈처럼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사건을 끌어들이는 것은 시청행태의 변화 때문이다. <황금신부> 의 조연출 김효언PD는 "예전만큼 시간대가 주는 프리미엄이 통하지 않는다.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사건을 아끼지 않고 터뜨리며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과거처럼 저녁시간대에 지상파 TV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초반부터 빠르게 시선을 끌지 못하면 채널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황금신부>
특히 보통 120부 정도 되는 일일 드라마의 경우 계속 흡입력 있게 끌고 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는 초반부터 굵직한 사건들을 터뜨리며 매력적인 스토리를 전개,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상파 TV 드라마가 '평균시청률 10% 시대'를 맞이하고, 케이블TV와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로 시청자가 분산되기 시작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던 일일 드라마와 주말 드라마도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 드라마가 일상적인 호흡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일드라마의 주 시청자층인 중ㆍ장년층은 과거와 다른 스타일의 드라마는 보기 힘들어 한다는 것. 실제 과거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KBS <행복한 여자> 와 <하늘만큼 땅만큼> 이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하늘만큼> 행복한>
유상호기자 shy@hk.co.kr김혜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홍보학과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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