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미국 내 여론이 고조되면서 민주당 대선주자들 사이에 반전여론을 등에 업고 후보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반전 선명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 2위를 달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 간 기싸움이 한층 치열하다. 두 의원은 10일 아이오와주에서도 누가 반전의 기수로 적합한지를 놓고 날선 설전을 이어갔다.
힐러리 의원은 이날 대중 연설을 통해 “우리가 이라크전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려면 미군 철수는 당장 내일 시작돼야 한다”며 조기 철군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그는 나아가 “대통령이 되면 60일 이내에 군사 지도자들로 하여금 이라크 미군 철수를 위한 세부 계획을 마련토록 할 것”이라며 오바마 의원 등 다른 대선주자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이에 비해 오바마 의원은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중 개전 당시부터 이라크전을 반대한 사람은 자신뿐이라며 반전의 원초적 선명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의원은 이날 아이오와주에서 힐러리 의원과 조우하지는 않았으나 “2002년 당시 의회에서 이라크전 개전에 찬성표를 던졌던 의원들이 이제서야 이라크전에 반대하고 있다”며 힐러리 의원을 비롯한 당내 경쟁자들을 싸잡아 타깃으로 삼았다.
그는 이어 “전쟁 같은 주요 사안을 판단하는데 있어 두 번의 기회는 오지 않는다”며 “전쟁은 정치인의 지도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하는 등 이라크전 개전에 찬성표를 던졌던 힐러리 의원의 ‘원죄’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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