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으로 유류세 인하 압박이 거세지자 정부가 도시서민, 영세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의 유류비 부담 경감 대책을 내놓았지만, 세금 인하 라는 핵심은 외면한 채 각종 미봉책들만 동원해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11일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등유에 ℓ당 134원씩 붙는 특별소비세를 낮추고, ℓ당 23원인 판매부과금을 없애기로 했다. 도시서민과 농어촌 지역의 난방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인데, 향후 정기국회에서 세법 개정 절차를 밟은 뒤 시행할 계획이다. 특소세 감면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나머지 대책은 모두 유류세와 직접 관련이 없는 조치들이다. 용달서비스업, 폐기물수집처리업 등 운반용 기름값이 많이 드는 250여개 업종의 영세 자영업자에 대해 세금부과를 위한 소득 계산 시 적용하는‘단순경비율’(소득에서 비용으로 인정하는 비율)을 높여, 과세 기준 소득을 줄여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개인서비스업, 제조업, 도매업에서 각각 연매출이 3,600만원, 4,800만원, 7,200만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인정된다.
또 1톤 트럭 등 경유 사용 화물차를 사용하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환경개선부담금도 깎아 줄 예정이다. 소득을 축소 신고해 영세업자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유류세 관련 조치가 엉뚱하게 자영업자의 소득을 축소해주는 쪽으로 초점을 맞춘 것이다. ‘단순경비율’은 장부를 작성하지 않아 세금 탈루가 의심되는 자영업자의 소득을 계산할 때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일반 소비자에게 적용될만한 조치는 경차 취득ㆍ등록세 50% 감면 검토 방안이 유일하다. 자동차를 보유한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대책은 셀프주유소 활성화 유도, 주요소 가격 인터넷 공개 서비스 등 ‘생색내기용’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세금수입 감소 우려와 대중교통 이용 및 에너지 절약을 독려하는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유류세 현행 유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석유협회(www.petroleum.or.kr)의 ‘내 차 기름값 알아보기’인터넷 서비스에 따르면, 휘발유를 가득채웠을 때 NF쏘나타의 기름 값은 10만8,445원이고 이중 유류세는 6만1,813원에 이르러 60% 가량을 차지했다.
한편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소비ㆍ투자 증가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5%에서 4.6%로 상향 조정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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