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동국대 신모(35ㆍ여) 교수가 학력을 위조하고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신씨는 그 동안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 학교를 다니지도 않았으며 박사학위를 받은 적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미국 캔자스대에서 받았다고 밝힌 학사와 석사학위도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 캔자스대가 “신씨의 졸업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사실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 남았지만, 신씨가 학력을 위조해 동국대를 감쪽같이 속인 것만은 분명하다. 100년 역사의 유명 사립대에서 어떻게 이런 주먹구구식 교수 임용이 가능했을까.
미술계 안팎에선 신씨의 대담한 행동보다도 신씨 말만 믿고 덜컥 교수자리를 마련해 준 학교측의 행동을 더욱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동국대는 신씨가 제출한 예일대 학위증과 예일대에서 팩스로 보내온 서류를 근거로 “당시엔 신씨 주장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초 이사회에서 신씨의 학위가 가짜라는 지적이 있었는데도 학교측은 과거 서류를 살펴보는 수준에 그쳤다. 예일대에 정확히 확인해보지도 않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씨의 학사 및 석사학위 진위 여부는 조사도 하지 않았다. 학교측 해명이 석연치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신씨는 국내 최고 국제미술 행사인 광주 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발탁될 정도로 유명 인사였다. 동국대가 혹시 신씨의 명성만 믿고 확인 절차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교수 임용 절차가 이처럼 허술한 걸 보니 다른 사립대에서도 학력을 위조한 교수들이 활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학기에 수백 만원의 등록금을 내면서도 ‘가짜 박사’에게 배우고 있을 학생들을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진다.
강철원 사회부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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