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가 2007년 노동조합과의 임금ㆍ단체협상에서 정면 대응을 선언했다.
10일 기아차에 이어 11일에는 현대차도 ▦유급휴일 축소 ▦국내ㆍ해외 공장간의 원활한 생산물량 조정 ▦인원 재배치 등 노조에 대폭적인 양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노조는 10%에 가까운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강화를 요구하는 등 비타협적인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이로써 한국 제조업 노사관계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두 회사의 임ㆍ단협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이날 '임금 및 단체협상 상견례(12일)'를 하루 앞두고 노조 요구안에 대응하는 회사측의 단체협약 개정안을 제시했다. 회사측 개정안에는 ▦경영 위기 시 해외 공장 우선 폐쇄조항 삭제 ▦임금피크제 도입 ▦휴일 축소 등 노조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현대차는 개정안에서 주요 공장별 생산 차종을 변경할 경우 '90일 이전 노조에 통보'키로 했던 조항 대신 '계획 확정 후 노조에 통보'하는 것으로 바꾸고, 신차종을 양산할 때 계획일 이전까지 여유인원을 전환 배치하는데 합의한다는 조항의 신설을 요구했다.
또 세계 경제의 불황 등으로 국내외 자동차 판매가 부진해 공장폐쇄가 불가피할 경우 해외공장 우선 폐쇄를 원칙으로 한다는 기존 규정을 없애자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밖에 기존 제헌절과 식목일을 유급 휴일에서 삭제하고, 만 55세부터 58세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것도 요구했다.
이에 앞서 기아차도 경영 여건상 추가적인 임금인상은 불가능하며 학자금ㆍ병원비 지원, 장기근속자 해외여행, 체육행사 비용 지원은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했다.
또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라인 공사와 관련한 장기간 휴무자 등에 대해 인력전환 배치를 추진하겠다며 노조측의 협조를 촉구했다.
반면 현대ㆍ기아차 노조는 정반대로 임금 인상과 복지후생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기본급 대비 임금 8.9% 인상 ▦순이익의 30%에 달하는 성과급 ▦정년 연장 ▦해외 조립공장 생산물량에 대한 노조 통제 등 사측의 대폭적인 양보가 필요한 교섭안을 준비한 상태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 제시안에 대해 "조합원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회사가 끝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으면 투쟁으로 철회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아차 노조도 ▦기본급 12만8,805원 인상 ▦생계비 부족분 200% 별도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노조를 달래며 수세적으로 협상에 임했던 현대ㆍ기아차가 이례적으로 정면대응에 나선 배경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환율하락 등으로 현대ㆍ기아차의 경영여건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올해부터 해외 공장의 생산능력이 200만대를 넘어서면서, 국내와 해외 공장의 효율적 운영 필요성이 높아진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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