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인디언은 덫을 이용해 곰을 잡았다. 곰이 좋아하는 꿀을 바른 커다란 돌덩이를 밧줄로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는다. 곰은 그것을 먹음직스러운 먹이로 알고 달려가 발길질을 하면서 잡으려 한다. 그 바람에 꿀을 발라 미끄러운 돌덩이가 시계추처럼 움직이며 곰을 때린다. 곰은 화가 나서 더욱 세게 발길질을 한다.
곰이 돌을 세게 때리면 때릴수록, 돌은 더 큰 반동으로 곰을 후려친다. 몇 번 반복하면 마침내 곰은 나가 떨어진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산문집에 소개된 얘기다.
▦ 곰은 자기가 먼저 시작한 폭력의 악순환을 끊지 못한다. '네가 나를 때렸겠다. 어디 맛 좀 봐라' 하는 생각에 펄펄 뛰는 것이다. 인디언의 사냥법은 원시적인가 지혜로운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검증이 요란하다. 이명박씨가 박근혜씨와 청와대를 상대로 펼치는 과잉대응의 악순환을 보며 떠올려 본 얘기다.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대선을 인디언 곰사냥에 비교해 미안하지만, 작가는 이렇게 충고한다. "곰이 좀더 냉철하다면, 발길질을 멈출 것이고 돌도 움직임을 멈출 것이다. 그 후 곰이 할 일은 이빨로 밧줄을 자른 후 돌에 묻은 꿀을 핥는 일뿐이다."
▦ 적정한 후보 검증과 부정적(네거티브) 캠페인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꿀 묻힌 돌덩이는 전형적인 부정적 캠페인의 예가 될 수 있다. 돌덩이(부정적 캠페인)가 먹이(진실)와 매우 유사해 보였기 때문에 허겁지겁 덤볐을 수도 있고, 터무니 없는 점이 너무 억울해 과잉 대응했을 수도 있다.
부정적 캠페인은 인간 본성의 악마성을 이용한다. 거기에는 마력이 있다. 선이냐 악이냐 하는 가치판단과는 별도로, 그것은 뉴스 가치가 되기 때문에 유권자 앞에서 마력을 발휘한다.
▦ 돌덩이와 싸우는 곰을 보는 것이 국민에게 피곤한가.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하나의 진실게임으로 보고 실체가 밝혀지기를 기다리는 유권자가 더 많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부정비리가 만연해 있어 국민이 체념한 상태라면, 부정적 캠페인마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런 캠페인에 무감각하지 않게 된 것도 하나의 발전이다. 다만 거짓으로 부정적 캠페인을 편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벌을 받아야 형평에 맞고 민주주의가 유지된다. 선거철이 되면 민관 모두 긍정적ㆍ부정적 캠페인을 선별하기에 바쁘다. 민주사회를 가꾸는 데 드는 비용이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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