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진보단체인 ‘다함께’가 교내에서 열 예정인 진보포럼 행사를 지난해에 이어 또 불허키로 11일 결정했다. 이에 대해 ‘다함께’측과 공동 주최자인 사범대 학생회는 “보수단체와 기업체 등이 주관한 행사는 허락하고 진보단체 행사는 허가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에 따르면 ‘다함께’와 사범대 학생회는 14일부터 17일까지 린지 저먼 영국전쟁저지연합 사무총장 등 해외 진보 인사들과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등 400여명이 참가하는 진보포럼 ‘맑시즘 2007’ 개최를 위해 학교측에 교양관 사용을 요청했다.
하지만 고려대측은 ‘학교가 불허하는 외부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는 장소를 대여하지 않는다’는 학칙을 들어 교양관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2001년부터 시작된 ‘다함께’ 진보포럼은 2005년까지 매년 고려대에서 열렸으나 지난해에는 고려대가 불허하는 바람에 경희대로 장소를 옮겨 치러진바 있다.
고려대측의 장소 사용 불가 결정에 대해 나지현(22ㆍ여) 사대학생회장은 “학생회가 ‘다함께’와 공동 주최하는 만큼 내규에 문제 될 게 없다”며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외부 보수단체 행사를 허가했던 학교가 진보 단체들의 행사에 대해서만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선보 고려대 학생처장은 “진보든 보수든 학생들이 순수하게 주최하는 대회는 허락해왔지만 진보 포럼의 경우 형식상 공동 주최일 뿐 사실상 ‘다함께’ 단독 주최 행사여서 불허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과 관련, 대학내 시설 개방에 관한 내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해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005년 만들어진 고려대 내규는 학교가 불허하는 외부단체가 어떤 단체인지를 명시하지 않은데다 행사허가를 처장단 회의 등을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준이 애매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대학들이 외부단체 행사 허용 여부에 대해 분명한 기준을 마련해 사회적 소수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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