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지난 1962년부터 올스타전 MVP를 시상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40년 넘게 신인왕과 리그 MVP, 올스타전 MVP, 월드시리즈 MVP 4개 부문을 싹쓸이 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보스턴 출신의 프레드 린과 뉴욕 양키스의 캡틴 데릭 지터 뿐이었다. 지난 1975년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리그 MVP를 동시 수상한 린은 83년 올스타 MVP까지 손에 넣었지만 은퇴할 때까지 끝내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이 멀었다. 96년 신인왕을 차지한 지터도 2000년 올스타와 월드시리즈 MVP를 거머쥐었으나 그 해 리그 MVP는 제이슨 지암비에게 양보해야 했다.
일본인 타격 천재 스즈키 이치로(34ㆍ시애틀)도 이제 그 반열에 들어서게 됐다. 이치로는 11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2007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역전 그라운드 홈런 포함, 3타수 3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만장일치로 MVP에 올랐다. 더욱이 이날 시애틀 지역 언론에서 매리너스가 조만간 이치로와 2012년까지 5년간 1억 달러의 초대형 계약에 사인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와 이치로는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 2001년 데뷔 첫 해 메이저리그 역사상 2번째로 신인왕과 리그 MVP를 동시 수상한 이치로는 아시아 선수로는 첫 올스타 MVP까지 수상하게 됐다. 이치로가 월드시리즈 MVP까지 거머쥔다면 역대 전무한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아메리칸리그는 이치로의 맹활약에 힘입어 5-4 역전승을 거두고 지난 97년 이후 11년 연속(1무 포함)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월드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를 가져갔다.
빅리그 데뷔 후 지난 해까지 6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지만 통산 15타수 3안타에 그쳤던 이치로는 그 동안의 부진을 만회라도 하듯 내셔널리그의 특급 투수들을 상대로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1회 첫 타석에서 제이크 피비(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부터 중전 안타를 뽑아낸 데 이어 3회에도 벤 시츠(밀워키 브루어스)의 바깥쪽 변화구를 가볍게 밀어 쳐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호타준족의 대명사인 이치로의 진가는 5회 빛을 발했다. 0-1로 뒤진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치로는 크리스 영의 87마일(140km)짜리 몸쪽 직구를 그대로 잡아 당겨 우중간 펜스를 직접 맞히는 호쾌한 타구를 날렸다.
10년 연속 외야수 부문 골드글러브에 빛나는 상대 우익수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가 재빠르게 쫓아갔지만 타구는 펜스에 맞고 오른쪽으로 튕겨 나갔고, 이 사이 이치로는 베이스를 돌아 홈까지 파고 들었다. 올해로 78회를 맞는 올스타전에서 나온 첫 그라운드(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었다. 상대 수비의 중계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행운도 따랐다. 이치로의 홈런공은 곧바로 명예의 전당에 넘어갔다.
부상으로 하이브리드 레저용차를 받은 이치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타구가 담장을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 다소 실망했었다"며 “그러나 오늘 밤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는 올스타전이었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소감을 밝혔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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