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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시각 장애우와 함께라면 배고프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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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시각 장애우와 함께라면 배고프지 않아요"

입력
2007.07.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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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큼은 경기에 져도 기분이 나쁘지 않네요.”

거스 히딩크 러시아 대표팀 감독(61)은 경기에서 지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싫어한다. 한국대표팀을 맡았던 당시에도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말을 대유행시키며 강한 승부근성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히딩크의 유난한 승부욕도 때와 장소를 가린다. 히딩크 감독은 11일 충주 성심맹아원에서 가진 시각장애인전용 축구장 ‘히딩크 드림필드’ 준공식 행사에 참여해 식전 행사로 맹아원 축구부와 함께 4대4 미니축구 경기를 가졌다.

시각장애우들과 함께 직접 선수로 뛴 히딩크는 비록 0-3으로 완패했지만 “져도 오늘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며 “오늘 승부보다 중요한 건 성심맹아원 원생들이 앞으로 이곳 드림필드에서 축구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며 웃음지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받은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 2003년 설립된 ‘거스 히딩크 재단’은 ‘히딩크 드림 필드’를 시작으로 소외된 계층에 희망을 전하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

여자 친구인 엘리자베스와 함께 준공식에 참석한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꿈이 실현된 것처럼 축구를 통해 소외된 계층에 희망을 전하고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 이곳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드림필드’를 짓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월드컵 이후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면서 “이제 첫 걸음이다. 한국에 더 많은 경기장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한국팬들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였다.

히딩크는 “축구는 제약이 없는 스포츠다. 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 다만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특별한 시설이 필요하고 그래서 히딩크 드림필드를 건립하는 것이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시각 장애인 축구장은 풋살경기장 크기의 작은 규모에 골대를 비롯한 경기장 모든 시설에 완충장치가 있다. 히딩크 재단은 후원사들로부터 받은 1억2,000만원을 드림필드 건설에 내놨다.

지난 2005년 성심맹아원의 사회복지사가 히딩크 재단에 요청해 드림필드 건설이 이뤄졌다.

히딩크 재단은 포항 한동대 내에 두 번째 드림필드를 건립하는 등 앞으로도 다른 지역의 시각 장애인 전용 축구장 건립을 위한 사업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히딩크는 방한 기간 제주도를 방문해 지인들을 만난 뒤 출국할 예정이다.

김기범기자 kiki@hk.co.kr충주=김두용 인턴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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