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내는 듯하던 범여권 대통합 논의가 난관에 봉착했다.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이 '우리당 선(先) 해체론'을 놓고 갑론을박하면서 대화마저 단절됐다. '공식 창구'가 막히자 양당 내부의 대통합파는 동반탈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당 해체론은 좀처럼 해법을 찾기 힘든 난제다. 양당 간 견해 차이가 극과 극이기 때문이다. 통합민주당은 "민주당 분당을 통한 우리당 창당이 민주세력 위기의 출발점"(유종필 대변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당이 자신의 존재 근거를 부정할 리 만무하다.
우리당 해체론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친노(親盧) 세력 배제론에 대해서도 우리당은 "대선 승리를 위해선 누구라도 배제해선 안 된다"(서혜석 대변인)는 입장이지만 통합민주당은 '도로 우리당'이 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에 따라 12일로 예정된 우리당 통합민주당 대통합추진모임 등 범여권 지도부 4자 회동도 사실상 무산됐다. 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11일 당 해체 요구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못박은 뒤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하는데 만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0일 밤 통합민주당 김한길 대표와의 비공개 회동에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자 통합민주당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분열의 산물이자 한나라당의 적수가 못 되는 정당, 한나라당에게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퇴짜 맞은 정당을 계승하는 통합은 한나라당을 돕는 이적행위"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처럼 통합 논의가 교착에 빠지자 그간 잠복해 있던 탈당 흐름이 재차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양당 내부에서 제3지대로 뛰쳐나가 대통합의 물꼬를 트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당에서는 충청권과 호남권, 송영길 사무총장을 비롯한 일부 재선의원 등 15명 안팎이 탈당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민주당에서도 김효석 신중식 의원,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등이 17일께 탈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당 내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내주에 시민사회진영이 정치권과 공동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리기로 한 일정과 맞물려 주목된다. 이들의 탈당이 현실화할 경우 정치권 내 대통합파가 기존 정당 바깥에서 시민사회세력과 함께 대통합신당을 창당한 뒤 우리당과 통합민주당을 견인하는 식으로 범여권 대통합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당에서 동시탈당이 성사되지 않거나 탈당 의원이 10명 안팎에 그칠 경우 범여권 대통합은 당분간 지리멸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단일 정당, 단일 후보'를 목표로 내건 오픈 프라이머리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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