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에 이어 후지쯔배에서도 준우승에 그쳐 세계 타이틀 획득에 실패한 이창호가 재기와 몰락의 분기점에 내몰렸다.
당장 다음주에 열리는 타이틀 두개의 결과를 놓고 그의 재기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자신에게 남아 있는 국내 타이틀 두 개를 모두 걸고 벌이는 마지막 큰 승부다.
먼저 16일에는 강동윤과 전자랜드 왕중왕전 결승 3국을 치른 뒤, 이틀 후인 18일에는 윤준상과의 왕위전 도전 5국이 예정돼 있다. 현재 전자랜드배 3번기에서는 1승1패, 왕위전 5번기에서는 2승2패를 기록중이다. 두 기전 모두 단판 승부로 새 주인이 결정된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이창호는 춘란배 전자랜드배 왕위 국수 바둑왕 십단 등 국내외 6개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으나 1년이 지난 현재 손에 남아 있는 것은 전자랜드와 왕위 단 두 개뿐이다.
따라서 만일 다음 주에 벌어지는 경기에서 이창호가 두 판 모두 진다면 지난 1988년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해 세계 최연소 타이틀 획득 기록을 수립한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무관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창호의 20년 바둑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되는 셈이다. 올 들어 승률 60%대에 머물면서 ‘건강 이상설’까지 나도는 등 극심한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는 이창호의 하락세가 어쩌면 더욱 빨라질 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번에 맞붙는 상대가 둘 다 막강한 신예 강호여서 이창호의 승리를 섣불리 장담하기도 어렵다. 통산 전적도 이창호와 윤준상이 5승5패, 이창호와 강동윤이 2승1패다. 게다가 이창호로서는 윤준상에게 올 초 국수전에서 이미 뼈아픈 일격을 당한 바 있는데다 강동윤은 무려 열네살이나 어린 상대여서 심리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창호가 그 동안의 부진을 씻고 자신의 마지막 남은 타이틀을 지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스타 탄생의 제물이 되면서 무관으로 전락할지 결과가 정말 궁금하다.
박영철ㆍ바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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