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17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차세대 지도자들의 당 정치국원 진입 여부를 가르는 인선이 진행되는 와중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직계로 분류되는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들이 잇단 악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먼저 가장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성 당서기는 성내에서 터진 대형 폭발사고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4일 랴오닝성 번시(本溪)시의 한 노래방에서 폭발물이 터져 25명이 숨지고, 33명이 크게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노래방 주인이 숨겨놓은 폭발물이 터져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 언론은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사고라고 날을 세웠다.
또 후 주석, 리커창 서기처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서 근무해 퇀파이(團派)로 분류되는 리위앤차오(李源潮) 장쑤(江蘇)성 서기도 성내 최대 수원지인 타이후(太湖)가 극심하게 오염돼 인근 우시(無錫)시 등에 식수를 공급하지 못하는 사건으로 민심을 잃었다.
장쑤성은 8일 타이후 수질 향상을 위해 인근 2,150여개의 공해유발 업체를 내년말까지 퇴출시키겠다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지만 리 서기는 타이후의 오염문제가 국제적 논란으로 부각할 때까지 한차례도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1,000여명의 농민공과 어린이들이 산시(山西)성 내 벽돌공장이나 소규모 탄광에서 노예처럼 강제노동에 시달린 실태가 공개돼 국민을 경악시킨 사건과 관련해서는 공청단 출신 장바오순(張寶順) 산시성 서기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중국에서 터진 잇단 참사가 유독 공청단 출신의 후 주석 직계들이 근무하는 곳에서 터졌다는 사실은 이들의 행정관리 능력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특히 리커창 서기는 허난(河南)성 당 서기 재직 시절에도 대형 탄광사고가 잇따라 터져 말이 많았다.
한 소식통은 “차세대 지도자로 정치국 진입까지 바라보는 리커창, 리위앤차오, 그리고 시진핑(習近平) 상하이시 당서기 등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들이 올 여름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열리는 당 수뇌부 회의에서 어느 정도의 신임을 얻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과거 덩샤오핑(鄧小平)과 같은 혁명 원로들이 후계자를 낙점하면 그대로 통과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 후 주석의 지지가 있더라도 당내 주요 세력들의 동의가 없다면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하기 어려운 당내 역학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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