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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건 교명·등록금뿐" 대학 지방캠퍼스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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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건 교명·등록금뿐" 대학 지방캠퍼스 설움

입력
2007.07.1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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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 지방캠퍼스의 영어진행 강의 ‘영상과 사회’. H교수가 담당이지만, 교수 얼굴을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H교수는 한 학기에 3번 정도만 직접 강의한다. 한 학생은 “말만 영어강의일 뿐, 우리 말로 캠코더 작동법을 설명하는 게 강의의 전부”라고 지적했다.

강의의 대부분은 대학원생이 출석만 부른다. 중간, 기말시험도 없다. 캠코더로 찍어온 영상물 1개로 성적을 평가한다. 그것도 절대평가여서 모든 수강생 학점이 A 또는 A+다. 일부 학생들이 학교측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학생들은 “서울 본교라면 이런 일이 가능하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불성실한 수업 병폐

서울에 본교가 있는 대학의 지방캠퍼스는 한때 ‘분교’로도 불렸다. 열악한 교육환경과 질 낮은 수업으로 ‘이름만 OO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전문화ㆍ특성화를 추구하면서 지역사회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지방캠퍼스 학생들이 느끼는 ‘차별대우’는 여전하다. 똑같은 ‘OO대’ 졸업장을 받지만 사회에선 ‘다른 학교’로 인식하기 일쑤다. 지난해 11월 B대 지방캠퍼스 학생이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에 자신을 ‘00대생’이라고 소개하자, 수많은 네티즌들이 “지방캠퍼스 학생이 왜 본교생인 척하냐”며 사이버 테러를 가했다.

지방캠퍼스 학생들은 “캠퍼스와 강의실에서도 차별을 체감한다”고 말한다. 이유 없는 휴강과 단축 수업, 매년 똑같은 붕어빵 강의 등 고질적인 병폐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5일 연세대 원주캠퍼스 총학생회는 ‘불성실 교수ㆍ강사ㆍ교직원 퇴출 운동’을 시작했다. 올해 2학기부터 수업을 불성실하게 하는 전임교수 3%, 시간강사 3%, 불친절 교직원 3%를 자체 선정한 뒤 퇴진을 권고하겠다는 것이다.

권태산(25ㆍ법학4년) 총학생회장은 “수업이나 서비스 부실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마땅한 개선책이 없어 마지막으로 택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권씨는‘강의평가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학교에서조차 신뢰하지 않는 강의평가 결과는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복지는 뒷전

학교기구 구성에서도 지방캠퍼스는 ‘2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연세대 원주 총학생회는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대학평의원회 구성 과정에서도 원주 학생들의 목소리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악의 경우 신입생 입학거부 운동도 벌일 생각”이라고 벼르고 있다.

개정 사립학교법에 따라 대학평의원회는 14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학생은 2명에 불과해 신촌캠퍼스 학부 1명, 대학원 1명으로 결정되면 원주캠퍼스는 기회조차 박탈된다.

지방캠퍼스 학생들은 “장학금 등 복지혜택도 엉망”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부 장학금은 기부자가 정한 목적대로만 사용할 수 있는데, 대부분 서울캠퍼스 출신 졸업생이 “과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졸업생 기부자가 적은 지방캠퍼스 학생들은 자연히 장학금 혜택에서 뒷전이다. 경희대 수원캠퍼스 하대현(25ㆍ 테크노공학4년) 총학생회장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많은 학생들이 섭섭해 하고 아쉬워한다”고 전했다.

고려대 서창캠퍼스 K교수는 “똑같은 등록금을 내고 공부하지만 지방캠퍼스 학생들은 수업권에서 피해를 보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최근 대학들이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면서 본교가 아예 투자도 접고 손을 놓다시피 해 지방캠퍼스의 교육 여건이 더욱 악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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