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한국시간) 과테말라시티 웨스틴 카미노 호텔. 김정길(62)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은 1년 보다 더 길게 느껴졌던 하루를 보내고 숙소로 돌아온 후 또 다시 눈물을 터트렸다.
2005년 2월 대한체육회장에 오른 이후 평창의 2014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밤낮으로 뛰었던 지난 2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 어느 때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후보직까지 사퇴한 채 전력을 기울였기에 평창의 패배는 더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를 최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는 황보성 비서실장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2번이나 패할 때도 눈물을 흘리시지 않았던 분이 너무나 서럽게 우시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김 위원장의 당시 심정을 대변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유치단과 함께 귀국한 이후 평창의 충격을 뒤로 한 채 한국 체육의 최고 수장으로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평창의 유치활동에 대한 평가, 2번의 실패에서 배운 교훈, 평창의 재도전에 대한 전망 등에 대해서 들어봤다.
막판 전략 부재가 아쉬웠다
김 위원장은 정부와 유치위, KOC, 재계 등 모든 주체가 하나로 똘똘 뭉쳐 유치전을 벌인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현지 막판 활동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좀 더 긴장을 했어야 하는데 모두가 마지막에 이기는 걸로 생각해 다소 방심을 했다. 여기에다 소치가 현지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홍보 활동을 통해 주목을 끈 반면 우리는 너무 몸을 낮췄다.”
김 위원장은 또 “한국의 전통적인 텃밭인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의 표를 소치에 잠식 당한 상황에서 유럽표를 공략하지 못한 게 가장 큰 패인이었다. 2차 투표에서 러시아에 반감을 가진 서유럽 지역 위원들이 우리를 찍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한 것도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평창의 3번째 도전은 완벽한 준비가 필수
김 위원장은 평창의 재도전에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강원도민은 물론 전 국민의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없어야 한다. 평창이 2번이나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에 나서며 다른 도시들의 행보에 제약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며 “부산이 이미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 추진을 선언하고 나선 마당에 서로 경합을 벌인다면 잡음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제적인 흐름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가 2016년 하계올림픽, 중국 지린성이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지역과 국제 스포츠계의 정세를 종합분석, 실수가 없도록 완벽하게 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쇼트트랙과 빙상 일부 종목에 편중된 한국 동계스포츠의 전반적인 경기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재도전을 위해서는 동계스포츠 육성과 시설 확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한체육회도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IOC와 국제스포츠계에 공언한 약속을 점진적으로 지켜나가야 한다.”
김 위원장은 또 국제스포츠 외교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유럽 지역 IOC위원들과의 인맥을 탄탄히 쌓는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2차례 모두 유럽표 공략에 실패했지만 지금부터라도 그들과 개인적 친분을 꾸준히 쌓아가야 한다. 국제스포츠계에 인맥을 가진 사람들이 나서 조직적인 득표활동을 벌인다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그 동안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하느라 소홀했던 현안을 적극 챙기겠다는 뜻을 강력히 밝혔다. “이제부터는 내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 특히 최근 각종 아마추어 종목에서 심판 편파 판정과 금품수수 등이 불거진 것과 관련, “국내 체육계 전반적으로 강도 높은 자정과 개혁운동을 벌여 심판의 불공정성, 연맹의 공금횡령, 선수와 감독ㆍ코치간의 잡음을 불식시키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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