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들은 매우 친절하고 정감이 있다. 갈비와 잡채, 김치도 너무 맛있다.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3월부터 미국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의 파라무스 공립도서관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현신애(25)씨. 현지 도서관의 미국인 사서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현씨는 지역내 '코리안 커뮤니티'는 한없이 자랑스럽게 떠올린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이 모여 사는 이 지역에서 재미 교포와 체류 한국인으로 구성된 코리안 사회는 일본이나 멕시코 등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미국인들과 적극 교류하며,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지역사회의 허브역할을 하는 이 곳 파라무스 도서관에서는 몇 년전부터 재미 한국동포와 상사 주재원, 가족들이 현지 영어강사와 도서관측에 한국음식을 대접하는 연말파티를 열고 있다.
이 일을 계기로 도서관에서 대장금 등 한국 DVD를 빌려보며 한국과 한국의 풍습을 배우려는 미국인들도 생겨났다. 지난 5월4일에는 한국의 어린이날(5월5일)과 같은 'Korean Children's Day' 행사도 열렸다.
순수 미국 학생을 포함해 행사에 참가한 70여명의 한국계 중남미계 어린이들은 한국식 부채와 장고 등을 직접 만들어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현씨는 "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사는 뉴저지주에서 미국인들에게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안했는데 도서관측이 흔쾌히 수용했다"며 "이 곳 미국인 사서들도 한국문화에 큰 흥미를 느끼고, 인근의 한국식당도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지금 지구촌 어디를 가도 한국인과 코리안 커뮤니티를 만날 수 있다. 외교통상부 2005년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175개국에 664만명(여행객 제외)의 재외동포 또는 재외 한국민이 거주(체류)하고 있고 이중 순수 한국 국적자는 280만명에 달한다.
한국인을 세계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각인 시키기 위해서는 이들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코리안 커뮤니티의 대부분은 현지 지역사회와 단절된, 하나의 고립된 섬처럼 지내 왔다. 현지 언어 등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는데다, 외국에 나가서도 한국인 특유의 폐쇄적인 집단의식으로 똘똘 뭉쳐 우리끼리 살아 온 측면도 적지 않았다.
한마디로 자기가 속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오픈 마인드를 갖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글로벌 시티즌십'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뉴욕을 오가며 팝페라 가수로 활동하는 재미교포 2세인 로즈(28ㆍ한국명 장미영)씨는 "미국내 일부 지역에서 의식있는 한인들이 적극적으로 백인 주류사회와의 교류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채 자기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흔히 글로벌 시티즌십이라면 특정한 시민단체나 일부 선진적인 활동가들이 지구촌의 환경경보호와 난민구호 등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뛰어드는, 다소 거창한 그 무엇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해외 곳곳에서 각자가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때 당당히 글로벌 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인, 나아가 한국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신흥 중심가인 샌튼 지역에서 여행 및 숙박업을 하며 백인 친구들과 골프동호회를 만들어 활동하는 50대 중반의 한국인 김모씨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동아시아에는 중국과 일본만 있는 줄 알았더니 한국이라는 유서깊은 나라가 있다는 것을 저 때문에 알게 됐다고 하더라구요. 특히 김치를 먹어본 친구들은 맛과 보관방법 등에 아주 신기해 합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 박사는 "해외에 체류하는 국민들은 모두 글로벌 시티즌십을 위한 한국의 민간대사라는 자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세계 시민으로의 노력은 국내 역시 마찬가지이어서 곳곳에서 만나는 외국인 노동자와 이미 한 식구가 된 농촌의 외국인 신부, 그리고 2세들에 대한 국가적, 국민적 배려를 통해 구체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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