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물이 동시에 나왔다. 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이사장 김창국)가 기획한 <우리시대 희망찾기> (창비ㆍ13권)는 내년 상반기 완간을 목표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소장 최장집)와 후마니타스 출판사가 공동 기획한 <민주주의 총서> (17권)는 9월 완간 예정으로 각각 첫 권을 내놨다. 민주주의> 우리시대>
■ 피부로 느끼는 민주주의
<우리시대 희망찾기> 는 시민들의 일상 체험을 통해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가늠하려 한다. 희망제작소 연구위원회는 이런 기획 의도를 구현하기 위해 구술 면접을 채택했다. 연구 주제마다 풍부한 체험을 가진 개인을 선정해 장시간 면접하는 방식이다. 유시주 연구위원은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개개인의 체험엔 역사적, 환경적 맥락이 담겨 있게 마련”이라며 “기존의 거시적, 통계적 연구가 놓치고 있는 구체적 현실을 접근하는 방식이라 여겨 구술 면접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시대>
첫 결실인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한다> 는 평균 3시간씩 3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한다. 시민들의 증언은 의식과 행동이 민주적 제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한 시의원은 “시립 수영장에 할머니들만 온다”며 고령자 요금 할인제 폐지를 요구하는 50대 지역 부녀회 임원을 접견한다. 우리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만난 남편은 정작 생활에서는 가사 분담도 전혀 안하는 “아주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남성”이다. “구체제의 구조물과 새로운 사회의 싹이 씨름 하는 지금이야말로 민주주의 진정한 이행기”라는 것이 저자인 유 위원의 판단이다.
희망제작소는 작년 1, 2월 주제를 선정하고 주제별 연구팀을 구성했다. 교육, 환경, 평화, 주택, 사법 등을 다룬 책이 순차적으로 나올 예정이다.
■ 우리 경험에 바탕한 민주주의
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은 <민주주의 총서> 를 “선진국의 역사와 이론이 아니라, 20년간 축적된 우리의 구체적 경험에 바탕해 민주주의를 논의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작년 초 최장집 교수와 박 주간은 이런 기획 의도를 담은 총서를 만들기로 하고 전창환(한신대ㆍ경제 부문), 조효제(성공회대ㆍ시민사회), 박찬표(목포대ㆍ역사) 교수를 팀장으로 섭외했다. 정치 부문을 맡은 최 교수까지 4명의 팀장은 집필 방향을 논의하고 “중견학자보다는 신진과 중견 사이에 있는 학자”를 찾아 집필을 맡겼다. 민주주의>
제1권 <인권의 문법> 은 민주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정치 이념으로서 인권 담론의 가능성을 탐색한 책이다. 조효제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정치적 토론과 투쟁을 기반하지 않을 경우 인권은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치는 이념으로 변질되기 쉽다”면서도 “인권은 대의 민주주의 제도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직접 행동 민주주의’로 나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이론적, 실천적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권의>
박 주간은 “딱딱하고 학구적인 논문식 글쓰기보다는 대학생 정도의 교양 수준을 갖추면 누구든 읽을 수 있도록 대중적 글쓰기를 지향했다”고 말했다. 경제 부문은 신자유주의적 변화가 한국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 역사 부문은 민주주의 발전이 더딘 현대사적 기원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췄다. 정치 부문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민주화 이후의 상황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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