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기준을 물은 청와대의 질의서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 판단이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지난 달 노무현 대통령의 야당 대선 주자 비난 발언 등에 대해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을 경고하자 "앞으로 일일이 질의하고 답변을 얻어 발언하겠다"고 반발했던 청와대가 이를 행동으로 보였고, 선관위가 응답한 것이다.
청와대는 어제 선관위의 답변에 대해 "법과 일관성 부분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재차 반발하는 자세를 보였다. 또 "보다 법리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조만간 정리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개탄과 불안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여전히 선거 개입 의지를 거두지 않고 있으며, 그것도 전면적으로 깊숙이 개입할 뜻이 있음을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얼마 전 자신에 대한 위법 결정에 정면으로 불복, 헌법 소원까지 내는등 탈 상식적인 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헌법기관끼리의 다툼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국민의 혼란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선관위에 대한 질의를 '실행'함으로써 임기 말 대통령의 중립적 선거관리라는 국민 다수의 기대를 또 한 번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선관위에 대한 대통령의 질의가 희한하고도 어색한 행위라는 것은 그 답변에 충분히 드러나 있다. "앞으로 발언할 내용의 위법 여부에 관한 사전 질의에 답변한 전례가 없다"는 한 마디가 그것이다.
선관위는 특히 "발언 내용의 위법 여부에 관해서는 관계법 규정, 헌법재판소의 결정, 대법원의 판례, 선관위의 결정 선례 등을 참고하라"고 알려 주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과 그 기준은 새삼스럽게 규정하거나 물어서 알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간단한 얘기다.
국민 사이에 익히 통하는 일반적인 관례와 대통령으로서의 상식적인 덕목을 노 대통령이 왜 끊임 없이 부정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쯤 되면 시비 걸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헌법 소원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선거 개입 언행을 삼가는 것이 바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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