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1위를 질주중인 ‘용병 거포’ 클리프 브룸바(현대)와 지난 주말 삼성전에서 장외 홈런 3방을 터트린 ‘토종 거포’ 김동주(두산)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 10일 잠실구장. 브룸바는 기대에 부응하듯 8개 구단 타자 가운데 올시즌 첫 20홈런 고지에 오르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정작 현대는 ‘소총’ 이대수(두산)의 마수걸이 홈런포 한 방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대수는 1-1로 팽팽히 맞선 7회 말 1사 후 현대 선발 전준호의 130㎞짜리 체인지업을 받아 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5m짜리 결승 솔로 홈런을 날렸다.
SK에서 뛰던 지난해 9월9일 잠실 LG전 이후 10개월 여만의 홈런. 이대수는 프로 6년차이지만 홈런은 지난해 친 5개가 전부였다. 특히 최근 5경기 12타수 1안타의 부진 탈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기에 더욱 값졌다. 이대수는 4월 말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이후 5월 한달간 3할4푼9리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후 6월 1할9푼1리, 7월에는 1할 대도 못 미치는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이대수는 지난 주 머리를 짧게 깎고 새롭게 각오를 다진 후 이날 천금 같은 결승타로 속죄를 했다.
김동주도 비록 홈런을 쏘아 올리지는 못했지만 쐐기 적시타를 날리며 중심 타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김동주는 2-1로 앞선 8회 무사 2루에서 좌전 안타를 때린 뒤 계속된 1사 3루에서 안경현의 희생 플라이 때 홈을 밟아 승부를 갈랐다.
브룸바는 0-1로 뒤진 2회 초 두산 선발 김상현으로부터 125m짜리 대형 좌월 동점포를 뽑아내며 20호 홈런을 기록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현대는 9회 초 마지막 공격에서 2사 만루 찬스를 잡았으나 대타 유한준이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무릎을 꿇었다.
4-1 승리를 거두며 현대전 2연패를 끊은 두산은 선두 SK에 이어 두 번째로 40승 고지에 올랐다. 이날 경기가 취소된 한화와는 승차 없는 단독 3위. 선발 김상현에 이어 6회 마운드에 오른 두산 고졸 신인 임태훈은 2와3분의2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쾌투로 시즌 5승(2패 1세이브 10홀드)을 따냈고, 마무리 정재훈은 18세이브(2승1패)를 올렸다.
한편 이날 롯데-LG(마산), 한화-SK(대전), KIA-삼성(광주)전 3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잠실=오미현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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