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의 장점'이란 글이 인터넷에서 인기다. 가격이 싸다는 것을 빼면
중국산에 웬 장점이 있냐고 의아해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머리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 강력접착제 : 급히 떼야 할 일이 생겼을 때 편리함.
▶ 밀폐용기 : 김치나 장류를 넣고 뚜껑을 닫아두면 알아서 숨을 쉼. ▶ 방향제 : 모기가 줄어든 느낌이 듦.
▶ 온도계 : 일년 내내 실내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줌.
▶ 변신로봇 : 부품이 하나 둘 분해돼 아이들의 조립능력을 향상시킴.
▶ 분무기 : 노즐이 차츰 넓어지면서 물총으로 변신함.
(※변신로봇을 조립하다가 지친 아이들에게 주면 좋아함.)
▶ 휴대용 가스레인지 : '폭발방지장착'이라는 문구에 오히려 안전과 생명과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됨."
이 유머가 폭넓게 공감을 얻은 것은 중국산에 질린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일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품질과 형편없는 위생상태에 무수히 당했어도 싼 맛이란 떨쳐버리기 힘든 유혹에 또다시 중국산에 손이 가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음식만은 번듯한 것을 먹고 마시자고 다짐을 해도 원산지마저 속이는 일부 악덕 수입상과 판매상의 놀라운 둔갑술 탓에 이 역시 쉽지 않다. 필요 악처럼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다. 이 바람에 중국산을 향한 분노는 어느새 체념과 희화 수준으로 순치되고 있다.
중국산에 뒤덮인 미국에서도 한 여기자가 'Made in China 없는 1년'이란 수기에서 토로했듯이 중국산을 안 쓰고는 단 하루도 지내기 힘들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반응은 다르다. 아직 우리처럼 단단한 내성이 안 생겨서인지 펄펄 뛰고 있다.
미네소타주는 독립기념일을 앞둔 1일 미국산 성조기만 팔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다. 애리조나 등도 뒤따를 예정이다. 미국의 한 건강 보조식품 회사는 '하루에 비타민 한알'처럼 'China Free'(중국산이 들어가지 않았음)란 라벨을 사용하겠다고 밝혀 박수를 받고 있다.
3월 중국산 애완동물 사료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시작된 중국산에 대한 미국의 파상 대공세는 천문학적인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술책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라며 눈감아 주던 중국 불량품의 실체가 속속 확인되면서 지구촌의 공분을 이끌어 냈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의 대응이다. 평소 성깔과 달리 맞불보다 '불량품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고쳐나가겠다'는 자정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말이 되는 비난인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황금돼지(무역흑자)를 깨트릴 필요가 없다고 여긴 모양이다. 영리한 처신이다.
중국이라고 왜 할말이 없겠는가. 세계적인 호황에도 물가가 안정되고, 세계인이 유사이래 가장 넉넉하게 물질문명을 향유할 수 있는 원동력이 값싼 중국산과 중국인의 노고 덕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량품 왕국에 머문다면 '대못질'을 당할 수도 있다. 벌써부터 미국과 유럽연합은 오염식품에 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하는 등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 참에 안타까운 국내 소식을 전할까 한다. 원산지 표기 강화방안이 국회에서 겉돌고 있다. 고기와 쌀의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 식당을 30평 이상 중형 음식점으로 확대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3일 법사위에 상정됐으나 일부 의원의 이의로 지연되는 사이에 회기가 끝나 허공에 떴다.
다음 회기에 다시 심의를 한다고 하니 청원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김경철 국제부장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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