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보편성은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한국적인 색채를 지워야 할까 아니면 드러내야 할까.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뮤지컬을 표방하며 8일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댄싱 섀도우> (연출 폴 게링턴)는 이중 전자의 길을 택했다. 댄싱>
차범석의 <산불> 을 원작으로 7년이 넘는 제작기간과 다국적 스태프의 참여로 탄생한 이 작품은, 원작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을 탈색시키고 이념의 대립 대신 미래를 위한 ‘숲(환경)의 보호’라는 주제를 덧입혔다. 산불>
제작진은 원작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했다. 막이 오르면 높이 9m의 나무 17그루가 관객을 압도한다. 작품에서 숲이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마을 주민에겐 영혼의 안식처이고 보존해야 할 절대적인 가치이자 숲(환경)의 보호와 파괴라는 갈등을 촉발하는 기제이다.
하지만 주제에 대한 강박 때문인지, 극의 무게 중심을 숲에 두는 바람에 인물들이 숲에 묻혀 버린 느낌이다. 극 중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온전하게 구현하는 인물은 마을의 촌장 마마 아스터(김성녀). 숲을 팔아 도시로 가려는 그가 숲의 수호자인 나쉬탈라(김보경)와 강하게 대립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나쉬탈라가 숲의 영혼과 교감하는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지만 극 전개의 실질적인 동력인 나쉬탈라와 솔로몬(신성록), 신다(배해선) 사이에서 파생하는 인간적인 욕망의 갈등은 숲 속에서 길을 잃은 듯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에릭 울프슨의 음악은 숲의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제 몫을 한다. 서정적인 팝 발라드와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의 대비가 숲 속 영혼들의 안식과 불안을 잘 드러낸다.
나쉬탈라가 부르는 <그림자와 춤을> 이란 타이틀 곡은 공연 뒤에도 멜로디가 입에 맴돌 만큼 기억에 남는다. 솔로몬에게서 버림 받은 신다가 부르는 <이 끔찍한 세상> 을 제외하곤 인물의 감정을 폭발하는 곡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은 아쉽다. 절정에 이르러서 좀 더 과감한 음악이 필요해 보인다. 이> 그림자와>
하지만 <댄싱 섀도우> 가 한국에서는 좀체 시도하기 어려운 도전을 했고 이만한 규모의 짜임새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은 박수 받을 일이다. 또 관객의 입맛에 맞춘 가벼운 쇼 뮤지컬이 아닌 예술성 있는 진중한 작품을 택한 제작자의 용기도 가상하다. 댄싱>
그렇다 해도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 등이 베트남 전쟁, 프랑스 혁명 등 시대적 지역적인 배경을 살리면서 보편적인 정서를 담아내 세계적인 뮤지컬로 인정 받은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이란 색깔을 배제한 <댄싱 섀도우> 가 한국 뮤지컬의 모범 답안을 제시했는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을 듯하다. 댄싱> 레> 미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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