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빈곤층에 적정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필수 과제이다."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속가능세계정상회의(WSSD)가 선언한 명제다. 세계화와 양극화로 인해 에너지 빈곤층이 늘고 있는 만큼 모든 국민들이 소득에 상관없이 인간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 에너지 빈곤층 문제는 이제 지구적 문제로 부상한 셈이다.
선진국에서는 에너지를 기본권으로 간주, 사회보장제도와는 별개로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국가적 지원 체계를 풀가동하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 개념을 처음 제기한 영국은 2001년 에너지 빈곤층을 10년안에 모두 구제하겠다는 '에너지 빈곤층 지원 전략'(Fuel Poverty Strategy)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가구 소득의 10% 이상을 에너지 구입에 사용하고 있는 노인가구, 어린이 양육가구, 장애가구 등 총 300만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으로 선정, 집중 관리하고 있다.
또 에너지 공급 기업과 에너지 절감 협약을 체결, 시행하고 있다. 이중 에너지 절감 목표의 50% 이상을 반드시 에너지 빈곤층을 통해 달성토록 의무화한 것이 돋보인다.
에너지 효율을 위한 단열 난방 조명 시설 설치 시 보조금을 지원하고, 지원 받는 에너지 절약 시설에 대해선 특별 할인 세율까지 적용하고 있다.
미국도 1973년 1차 석유파동 이후 저소득층이 에너지 구입에 어려움을 겪은 후 에너지 빈곤층 지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와 관련된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은 연방 정부 수준에서 에너지 비용 부담이 어려운 가정에 자금을 지원하는 소득보조 프로그램과 시설자금지원 프로그램으로 크게 나뉜다.
소득보조 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 시설자금지원은 에너지부를 중심으로 세부규정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재원은 연방 예산 뿐 아니라 전기 및 가스 공급업체의 참여와 에너지 사업자의 범칙금 수입으로 조성하고 있다.
프랑스는 1988년 이후 '최저사회복귀보조에 관한 법'을 제정, 에너지 기본권을 명시하고 에너지 연대기금을 조성중이다. 특히 전기를 의료서비스처럼 국민생활 필수품으로 규정하고 일정 소비량 이하(100kwh)에 대해 특별할인요금을 적용하고, 전력에 대해 연간 최소한의 공급(3㎾)을 유지토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지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 에너지 빈곤층 지원을 정부가 전담하기 보다는 에너지 공급자와 민간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상당 부분은 정부가 책임져야 하겠지만 에너지 관련 기업의 참여가 긴요하다는 지적이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을 위해 단순히 직접적인 보조 방안 이외에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생계 지원을 포함한 소득향상 방안을 강구하는 등 다각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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