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하늘 길을 잡아라.’
세계 항공기 업계를 양분하는 미국의 보잉사와 유럽의 에어버스사가 향후 10년 이상 여객 시장을 이끌 새로운 주력 기종을 잇따라 공개했다. 보잉사는 9일 미국 시애틀 인근 애버릿에서 새 기종인 B787 여객기를 선보였다.
B787은 유럽연합군으로 구성된 에어버스가 2005년 초대형 여객기 A380을 선보인 것에 대한 대항마 성격이 강하다. 두 여객기는 내년부터 나란히 본격 운항에 나설 예정이어서, 보잉과 에어버스의 차세대 전세계 항공시장 쟁탈전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형 고급화의 보잉 B787
보잉사가 선보인 B787은 정원 250명의 중형 항공기이다. 기체의 절반 이상을 기존 알루미늄 대신 첨단 탄소 복합소재로 만들어 무게를 크게 줄였다. 연료 효율도 기존 항공기에 비해 20% 가량 개선한 점이 두드러진다.
보잉이 연료와 무게에 중점을 두는 것은 보다 멀리 날 수 있는 항공기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B787은 한번 급유로 1만6,000㎞를 날 수 있다. A380(1만5,000㎞)에 비해 운항거리가 1,000㎞나 길다.
승객들에 대한 배려도 돋보인다. 항공기내에서 느끼는 대기압을 기존 장거리 운행 항공기(2,400m)보다 600m 낮은 1,800m로 맞춰 승객들이 보다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항공기의 최대 약점인 낮은 기내 습도를 개선, 승객의 탈수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ㆍ착륙시 소음과 유해가스도 획기적으로 줄여 보잉은 이 항공기가 꿈을 실현했다는 의미로 ‘드림라이너’란 별명을 붙였다.
보잉사는 이 기종을 무기로 에어버스에 내준 매출액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항공사들의 관심도 크다. 베를린항공이 25대를 주문하는 등 선주문 물량만 677대에 이른다.
추가 주문을 하려면 2014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드림라이너’는 올해 말 시험비행을 거쳐 내년 5월 전일본공수(ANA)를 시작으로 세계 하늘을 주름잡을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이 항공기의 날개와 동체 부분 제작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10대를 선주문한 상태이며, 2009년부터 운항을 개시할 계획이다.
장거리 기동력의 에어버스 A380
2005년 공개된 에어버스 A380은 B787과 확연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한번에 많은 승객들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규모를 확대했다. 항공기 전체를 복층 구조로 만들어 한번에 555명을 동시에 태울 수 있다. B787보다 승객을 2배 이상 실을 수 있다.
공간이 넓은 만큼 활용도도 뛰어나다.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에는 담소를 나누며 와인이나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칵테일 바가 마련돼 있다. 헬스장이나 샤워장도 갖출 예정이다. 고급화를 추구해 ‘날아다니는 5성급 호텔’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A380 역시 취항 전부터 많은 항공사들이 관심을 보여왔다. 아랍에미리트항공이 55대를 주문한 것을 비롯해 현재 주문량이 170대를 넘어섰다. 싱가포르항공은 내년 초 에어버스를 세계 최초로 취항할 예정이다.
항공업계도 지각 변동
신기종 항공기 도입은 국내 항공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B787 10대, A380 5대를 주문해 놓은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단 한대의 항공기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 대한항공이 차세대 기종 취항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나는 내년 파리노선 취항을 계기로 장거리 노선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신기종 항공기가 없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선주문도 밀려 있어 항공기를 당장 확보할 가능성도 낮은 만큼 B777, 747 등 기존 장거리노선 기종의 기내서비스 강화를 통해 틈새를 채워간다는 전략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 주력기종인 B747에 주문형오디오비디오시스템(AVOD)을 장착하는 등 편의시설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며 “향후 신기종 항공기 구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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