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중계자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한걸음 한걸음 목표를 향해 걸어가겠습니다.”
1,893권 888책에 달하는 조선왕조실록을 만화로 풀어내고 있는 박시백(43)화백의 작업이 반환점을 돌았다. 박 화백은 2003년 7월 <만화조선왕조실록 1권-개국> 편을 선보인 이래 4년 만에 <10권-선조실록>편을 펴내, 20권으로 예정된 작업의 절반을 끝냈다. <만화조선왕조실록> 은 지금까지 20만 권 이상 팔려 지식교양만화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았다. 만화조선왕조실록> 만화조선왕조실록>
10권 출간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가진 박 화백은 “야사에 편중돼 실제와 사뭇 다르게 알려진 조선의 역사를, 진실에 가깝게 보이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실록만 들여다보아도 인물과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컨대 우유부단한 인물 또는 청렴결백의 상징으로 알려진 황희 정승을 결단력 있고,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인물로 그린 것은 박 화백이 실록을 실사구시적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이이도 공부만 잘한 유생이라는 통념과 달리, ‘경장(更張)’을 주장하는 개혁적인 경세가로 그렸다.
가장 어려운 일은 캐릭터 그리기 였다. 실록에는 ‘기골장대하다’는 식으로 두루뭉수루하게 인물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현대 인물에서 캐릭터를 차용할 계획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선조실록편이었다. 왜란 발발 전까지의 사초가 대부분 유실됐는데도 분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4, 5개월마다 새 작품을 추가했지만 선조 편은 8개월 가량 걸렸다.
그는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던 90년대 말 조선시대를 다룬 TV 사극에 빠지면서 이 작업을 시작했다. ‘흥미를 일로 바꾸자’는 생각에 신문사도 그만두고 지금까지 하루 12시간씩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박 화백은 “조선은 재상까지 언론의 역할을 했으며, 왕과 신하 사이에도 비판이 오고 갔던 세계적으로 드문 ‘문치(文治)’ 국가”라며 “2011년까지 20권을 완간해 일반인에게 조선왕조실록의 가치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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