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1위ㆍ스위스)가 9일 새벽(한국시간) 끝난 윔블던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라이벌’ 라파엘 나달(2위ㆍ스페인)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꺾고 5년 연속 윔블던 석권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현대 테니스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비외른 보리(스웨덴)가 1980년 달성한 5연패 이후 27년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그러나 나달과의 상대전적은 5승8패로 여전히 열세를 보이고 있다.
역대 최고의 반열에
가장 권위있는 무대인 윔블던 5연패로 페더러는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됐다. 그가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것은 총 11번. 피트 샘프러스(14회ㆍ미국)와 로이 에머슨(12회ㆍ호주)만이 페더러보다 위에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승 페이스만 따지면 페더러가 으뜸이다. 1968년 오픈 시대 개막 이후 최고의 선수로 추앙받는 샘프러스와 비외른 보리를 능가한다. 98년 프로 무대에 뛰어든 페더러는 2003년 이후 17번의 메이저대회에서 11번 우승했다. 샘프러스의 14회 우승은 90년부터 2002년까지 12년간 49차례의 메이저대회에서 달성한 기록이고 페더러와 동률인 비외른 보리는 7년간 29번의 메이저대회에서 11회 우승했다. 26세인 페더러의 나이를 감안하면 특별한 부상이 없는 한 통산 최다 우승도 어렵지 않게 달성할 전망이다.
6연패 가능할까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페더러의 ‘독주’를 견제할 강력한 대항마가 나왔다. 결승전에서 페더러와 대접전을 펼친 나달의 추격이 무섭다.
페더러가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서 풀세트까지 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달이 페더러에게 패한 이유는 서비스 에이스의 차이였다. 페더러가 24번의 서비스 에이스를 기록한 반면 나달은 단 한번에 그쳤다. 21세의 나달이 서비스 리시브와 보다 강한 서비스를 개발하면 페더러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이탈리아의 한 테니스전문 기자는 결승전이 끝난 뒤 “페더러가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할 확률보다 나달이 윔블던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잔디 코트에서도 점점 강해지고 있는 나달의 상승세를 높이 평가했다.
100주가 넘는 기간 세계랭킹 1,2위를 지키고 있는 페더러와 나달에 대해 ESPN의 한 칼럼니스트는 “80년대 비외른 보리-존 맥켄로(미국), 90년대 샘프러스-앤드리 애거시(미국)의 라이벌 구도에 비견될 만하다”고 했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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