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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惡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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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惡手

입력
2007.07.1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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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락스 현상'은 급등과 급락을 한 번씩 거친 후 안정적인 회복에 접어드는 시장의 과정을 말하는 증시 용어다. 한 동화에서 골디락스라는 소녀가 숲 속 곰의 집에서 뜨겁고, 차게 굳어 있고, 다음으로 알맞은 온도의 세 가지 수프를 차례로 맛보는 데서 나온 비유다.

이를 비판적으로 응용하면 어떤 것은 너무 뜨겁고, 어떤 것은 너무 차가와, 결국에는 미지근하게 돼 버리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미국의 한 원로 언론인은 이를 빗대 대통령의 결정을 제대로 돕기 위해 참모들은 "모든 것을 짝수로 제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체로 참모들은 중요 결정을 앞둔 대통령에게 양극의 두 방안과 절충적 한 방안의 세 가지 선택, 즉 홀수를 제시하기가 십상이다.

그렇게 되면 웬만한 경우 가장 미지근하고 안정적인 결정을 하기가 쉽게 된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을 위해 진정한 선택의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 참모가 자기 생각대로 선택을 조작하는 기회가 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짝수의 선택권을 제시해 대통령이 진정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00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의 집권을 위한 장기 심층 학술토론 결과를 정리해 헤리티지 재단이 펴낸 책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 이 대통령 참모의 중요성을 부단히 강조하면서 소개한 견해 중 하나이다. 같은 맥락으로 헤리티지는 대통령에게 참모조직은 축복임과 동시에 저주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최대의 위협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온다"는 문제 의식이다. 가령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나 로널드 레이건의 이란_콘트라 게이트 사건은 시기심이 지나친 충성파들이, 빌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은 대통령 자신이 위기의 근원이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선 과열이 고소 고발로 이어져 검찰의 대선 개입으로까지 번진 작금의 상황은 바로 이런 교훈을 적시하고 있다. 김형오 원내대표가 이명박 박근혜 두 진영을 향해 "상대에게 도끼 들고 대드는 과잉충성은 후보도 당도 망하게 한다"고 개탄한 것은 한나라당의 위기와 그 근원을 잘 보여준다.

그는 "이를 제어하지 못한 후보도 분명 문제가 있다"고 정확히 지적했다. 악수(惡手)끼리 경쟁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다 급기야 야당이 자신의 운명을 권력기관에 내맡기는 하수(下手) 중 하수를 두고 말았으니 참으로 어리석다. 이제 와 고소 취하 운운한들 기차는 떠난 형국, 뜻대로가 쉽지 않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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