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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크레디트' 활발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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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크레디트' 활발해질까

입력
2007.07.1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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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이 '마이크로 크레디트'제도를 창안했다. 담보가 없는 빈곤층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해줘 경제적 자립을 돕자는 취지였다. 그라민은행은 1,500개가 넘는 지점을 세우며 30년간 52억 달러의 대출을 해줬고, 600만명 가량의 대출자 중 절반 이상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다.

그라민은행을 효시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마이크로 크레디트'가 국내에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저소득층,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전적 지원에서부터 창업 등 재활 지원까지 다양한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몇몇 시민단체가 고군분투하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정부, 국회, 그리고 은행까지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9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300억원 규모의 '하나희망펀드'를 조성, 시민단체인 희망제작소와 함께 소기업 창업과 경영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펀드 운용과 금융 지원을 담당할 비영리법인 '하나희망재단'을 설립해 재단에 3년간 단계적으로 300억원을 출연하고, 대출 심사ㆍ컨설팅을 담당할 희망제작소 내 '소기업발전소' 설립자금으로 20억원을 별도 기부하기로 했다.

대출은 소기업발전소가 공모 방식으로 창업 지원자들의 사업 아이디어와 재무적 타당성 등을 심사한 뒤 하나은행에 대출을 요청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김종열 행장은 "고리 대부업 이용자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는 기존의 마이크로 크레디트와 달리 스스로 창업해서 자립하려는 계층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도 "경제 발전 정도를 고려할 때 그라민은행은 우리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빈곤 계층 지원이 아니라 사회에 소기업가 정신이 생겨나도록 하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권에 쌓여 있는 8,000억원 가량의 휴면예금을 활용한 정부 주도의 '마이크로 크레디트'추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일 임시국회에서 2년여간 방치돼 온 휴면예금 관련 법안(휴면예금관리재단법 및 휴면예금이체법)이 통과됐다. 정부는 8,000억원의 휴면예금 중 1,800억원 안팎을 내년 2월까지 설립될 휴면예금관리재단에 출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초기 출연금 외에 신규로 발생하는 휴면예금 중 매년 500억원 가량이 재단에 추가 출연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소외계층에 소액신용대출 등 적절한 금융 기회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획예산처도 8월 중 휴면예금과 민간 기부금 등을 활용, 저소득계층과 신용도가 낮은 계층에게 무담보로 창업자금을 대출해주고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회투자재단을 발족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 없이 재원 조달부터 서두르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칫 재원만 낭비하고 실효는 거두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연대은행 안준상 과장은 "부처간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정책과 재원이 중복되는 경향이 있다"며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사후 관리 등 후속 조치가 중요한데 수천 억원의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인력과 네트워크 등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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