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철군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백악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연초 의욕적으로 시작한 추가 파병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미군 사망자 수만 늘어나자 공화당 의원들마저 공개적으로 이라크 철군을 주장하기 시작, 일부 백악관 고위 관료들이 더 이상 우군을 잃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보좌관들은 애초 이라크 미군 최고사령관과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가 미군 추가파병의 효과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돼 있는 9월 15일까지 기다렸다가 철군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공화당 상원의원 4명이 더 이상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자 일부 부시 대통령 보좌관들은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번 주 상원에서 이라크 전비 법안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부시 대통령이 먼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임무를 제한하는 것을 비롯한 점진적인 철군 방안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공화당 소속인 리처드 루거 전 상원 외교위원장은 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떻게 철군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으며, 같은 당 척 헤이글 상원의원도 NBC방송 대담에서 “이라크에는 이제 아무런 대안도 없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우리가 여태까지 잃은 표(상원의원) 수와 앞으로 몇 주 동안 추가적으로 잃을 표 수를 세어 보면, (전망은) 상당히 어둡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한 관리도 “9월 15일은 (철군)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이 아니라 끝내는 시점이 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9일부터 예정돼 있던 남미 순방 계획을 취소하고 의회에 제출할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한 예비보고서 작성에 전력을 쏟기로 했다. 지난 주에는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이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 조슈아 볼튼 백악관 비서실장 등을 소집해 심도 있는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 언론은 이라크 철군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8일 ‘철군의 길(The Road Home)’이란 사설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전 세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명분 없이 감행한 이라크 침공은 명백한 실패이며 이를 만회하기 위한 증파전략 역시 효과가 없었다”면서 더 이상 미군들을 희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라크 미군 증강정책 등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예비 평가보고서 제출 시한이 다가왔으나 의회가 법률로 규정한 18개 목표들은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는 앞서 이라크 미군 증강을 통해 연내 지방선거를 실시하고, 11월까지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에게 이라크 전역의 치안권을 넘기겠다는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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