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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고 달리는 '노사 열차'… 탈선하는 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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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고 달리는 '노사 열차'… 탈선하는 이랜드

입력
2007.07.10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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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에서 유통으로, 그리고 휴(休) 산업으로 비상하던 이랜드가 노사 분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사측의 비정규직 인원 정리에 대한 반발로 9일까지 열흘째 노조의 매장 점거 농성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랜드 노사는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며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랜드에 따르면 8일 하루만 매출 손실이 65억원으로 추산되는 등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까르푸 인수 성공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랜드가 이번 사태 때문에 이미지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랜드의 거침없는 성장

현재 이랜드는 59개 패션 브랜드와 전국에 백화점, 대형마트, 아웃렛 등 유통매장 61개, 임직원 1만2,600명을 거느린 패션ㆍ유통 업계의 공룡이다.

지난해에 홈에버(매출 1조9,000억원)를 제외하고도 총 2조6,6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이랜드는 지난해 4월 유통강자 롯데, 신세계, 삼성테스코를 제치고 연매출 1조7,000억원의 한국까르푸 인수에 성공, 패션그룹에서 명실상부한 유통그룹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27년 전 이화여대 앞의 작은 옷가게 ‘잉글런드’에서 출발한 이랜드는 1980년대 의류업계에 프랜차이즈를 도입하고 중저가 캐주얼 시장을 공략,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94년 백화점식 할인점을 표방하는 ‘2001아울렛’으로 유통업에 본격 진출했고, 96년에는 호텔업에도 뛰어들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워왔다.

이랜드가 지금같이 거대 의류ㆍ유통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2003년부터 시작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이 주효 했다. 2003년 패션업체 ㈜데코와 ㈜뉴코아를 인수했고, 해태유통, ㈜태창 내의사업 부문, 삼립개발과 의류업체 ㈜네티션닷컴 등 크고 작은 기업들을 집어 삼켰다.

M&A 통한 몸집 키우기 부작용

현재 비정규직 인원 정리로 매장 점거 파업을 벌이고 있는 홈에버와 뉴코아는 모두 이랜드의 순수 혈통이 아니다. 더욱이 이랜드가 국내에서 대표적인 기독교 기업이다 보니 M&A 이후 인수된 기업과 이랜드의 고집스런 기독교 문화 간의 충돌이 자주 일어났다. 이 때문에 새로 합병된 기업 노조와의 마찰도 빈번했다.

홈에버 노조가 올해 초 사측이 7개 거점 점포에서 24시간 영업 등 전국 점포에서 연장영업을 실시하는데 반발한 것도 이질적인 기업 문화와 근로 여건에서 기인한 파열음이다. 뉴코아 노조도 합병 뒤 설치된 기도실을 폐쇄하는 등 사측과 마찰을 빚어왔다.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은 3월 기자간담회에서 “새로 인수한 기업들은 기존 이랜드의 기독교적 기업 문화와 워낙 차이가 크기 때문에 원래의 경영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수 합병된 직원들이 (이랜드의) 기업 문화나 근무 스타일에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50% 정도가 퇴사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룹 내에서도 기업들마다 서로 다른 경영 스타일이 분쟁의 빌미가 되곤 했다. 7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이랜드 그룹은 뉴코아의 캐셔직을 외주 용역으로 돌린 반면, 홈에버의 경우는 2년 이상 근무한 파트타이머 1,100명 중 521명을 직무급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다른 해법을 내놓았다. 그룹 측은 이와 관련 “양 사의 영업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박성수 회장의 노조에 대한 대립적 인식이 이번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랜드 노조는 2000~2001년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265일간 장기 파업을 벌인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박 회장은 노조와의 협상에 미온적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이랜드 노사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랜드 사측은 “노조가 이슈화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정치적 이슈이지 노사 교섭의 사항이 아니다”며 “노조가 먼저 매장 점거 농성을 풀어야 노사간의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노조에서는 “사측이 임금과 관련해서도 동결안을 내놓는 등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노조의 매장 점거 농성에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이 개입하면서 사측은 “이랜드가 노동계의 비정규직 차별 철폐 투쟁의 대리전을 치르며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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