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입학시키고 싶다구요? 그럼 지갑부터.”
14명 부정 입학, 뇌물과 급행료 챙기기, 서류 위조, 촌지, 공금과 학부모 지원금 착복…. 서울경찰청이 9일 밝힌 2002년 이후 서울체육고(공립) 입시, 운영 관련 비리는 차마 교육 현장에서 벌어진 ‘사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경찰에 적발된 서울체고 전ㆍ현직 교사는 13명이다. 비리가 벌어진 당시 전체 교사(43명) 3명 중 1명 꼴로 검은 거래를 한 셈이다.
입학ㆍ전학ㆍ편입학은 한몫 찬스
서울체고 교사 조모(46)씨는 2004년 2월 서울의 한 인문계 고교생의 편입학 원서에 ‘서울시장기 사격대회 공기권총 개인 1위’라는 거짓말을 썼다. 3차례 봉투를 받은 뒤였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가 학생 3명의 편입 또는 입학을 돕고 학부모 4명으로부터 챙긴 돈은 200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6,700여만원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는 편ㆍ입학 대상 학생들이 치르지도 않은 사격전문기능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처럼 조작했다”며 “조씨가 편ㆍ입학과 그 외의 명목으로 받은 돈을 합치면 9,600여만원이나 된다”고 혀를 내둘렀다.
돈이 오간 흔적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씨 외에 서울 A고 교감 B씨(55) 등 서울체고 전ㆍ현직 교사 10명도 엉터리‘전ㆍ편입생 기록표’를 만들거나,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한 다른 종목을 통한‘우회 입학’을 주선해 9명을 부정 편ㆍ입학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입학사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다른 위원들을 속인 교사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ㆍ학부모 돈은 쌈짓돈
학교 예산이나 학부모들이 낸 학교발전기금도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 꼴’이었다.
조씨는 2004년 2월 한 총기 판매업체 대표 C씨(41)와 짜고 공기총 3정을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학교 예산 600만원을 빼돌리는 등 공금 1,250여만원을 착복했다. 조씨 등 서울체고 교사 3명은 2004년 이후 학부모들이 전지훈련비 등으로 지원한 돈 1억52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전 서울체고 교사 D씨(48)는 재직 당시 학교 법인카드로 ‘카드깡’을 해 1,650만원을 챙겼다. 법인카드로 30만원짜리 쇠꼬리세트를 사 교장(61), 교감(51)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뇌물성 촌지도 빠지지 않았다. B씨는 자식을 잘 돌봐달라는 학부모의 부탁과 함께 400만원을 받았고,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E씨(51)씨는 서울체고 전학과 관련해 500만원의 ‘급행료’를 챙겼다.
한국체대로 수사 확대
경찰은 조씨를 사기, 업무상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하고, B씨 등 전ㆍ현직 서울체고 교사 10명과 장학사 E씨를 허위 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쇠꼬리 선물을 받은 교장과 교감은 관련 사실을 서울시교육청에 통보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조씨를 직위해제하고, 다른 교사들에 대해서도 관련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면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국가청렴위원회의 관련 비리 첩보를 넘겨 받아 체육계 비리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은 한국체대에도 물품 구입 비리와 입시 부정이 있다는 단서를 잡고, 한국체대 교수 2명과 총기판매업체 대표 C씨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5월 일부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전 청와대 비서관 딸의 서울체고 편입 논란에 대해 경찰은 “정상 편입이며 돈이 오가지도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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