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예술로 인정받은 것은 1930년대다. 그로부터 70여 년, 2000년대 현대사진의 주요 경향과 작가들을 ‘공간’이라는 주제 아래 묶은 <플래시 큐브> 전이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고 있다. 플래시>
사진의 독자성을 확립하고 표현 영역을 넓히려고 애써온 작가들의 노력이 어떤 모습으로 어디까지 와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전시다.
기획을 맡은 네덜란드인 큐레이터 헹크 슬라거(위트레히트 조형예술대 학장)는 “현대사진가들이 사진이라는 장르를 회화와 차별화하기 위해 시도했던 노력의 결과물을 ‘공간’이라는 주제로 모았다”고 설명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일본, 캐나다, 한국 작가 21명이 참여해 공간을 해석한 사진 또는 사진으로 재구성한 공간을 보여준다. 요나스 달버그, 토마스 루프, 히로시 스기모토 등 대가들과 한창 뜨고 있는 젊은 작가들로 이뤄진 작가 명단에 한국인으로는 이윤진, 김상길, 구정아, 양혜규가 포함됐다.
총 51점의 작품을 ‘유동적인 내부 공간’, ‘열린 도시 공간’, ‘설치적 공간’의 세 갈래로 나눠 전시 중이다. ‘설치적 공간’의 작품은 사진 이미지를 활용한 설치작업이다.
요즘 독일에서 가장 인정받는 젊은 작가 토마스 데만트는 종이로 진짜처럼 보이는 모형을 만들어서 찍는다. 예컨대 계단참의 창가에 놓인 도자기가 깨져서 박살난 모습(모두 종이로 만들고 연출한 것이다)을 찍은 <착륙> 은 덧없음에 대한 표현이다. 착륙>
히로시 스기모토의 <극장> 연작은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한 장의 사진에 퇴적한 놀랍고도 멋진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카메라 셔터를 열어두고 찍어서 어둠 속에 하얗게 남은 텅 빈 스크린은 빛이 흘러간 자리, 곧 시간의 발자국이다. 극장>
박물관에 놓인 커다란 지구본만 바짝 당겨 찍은 칸디다 회퍼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박물관> 이나, 평범한 실내의 한 귀퉁이를 무심코 잘라낸 듯한 이윤진의 <정물> 연작은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만든다. 정물> 상트페테르부르크>
‘열린 도시 공간’의 작품들은 도시 풍경에 대한 예술적 접근과 사회적 해석을 담고 있다.
대도시의 획일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요나스 달버그, 뉴욕 금융가의 건물군에서 자본주의적 욕망의 어둠을 포착하는 노리토시 히라가와, 건물을 원근법을 없애고 납작한 평면처럼 보이게 정면으로 찍은 김상길, 삭막한 거리에 시처럼 흩날리는 눈발을 찍은 구정아 등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설치적 공간’의 작가들은 사진 이미지를 조각, 설치, 책, 영상 등 여러 형태로 재구성해서 보여준다.
핀란드 작가 얀 카일라의 <무엇을, 언제, 어디서> 는 지난 50년간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사건ㆍ사고 보도사진들로 벽을 덮고 바닥에 연감 책들을 늘어놓고는, 과연 이것이 역사이고 세계이냐고, 전부이고 진실이냐고 묻는다. 무엇을,>
신문에 난 아파트와 콘도 분양 광고를 슬라이드로 보여주는 양혜규의 작품은, 작가 자신의 설명에 따르면, “홈리스의 갈망에 관한 것이지 부동산 비평과는 무관하다.”
9월 30일까지. (02)2014-6901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