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육부가 2년 전 학생들의 교외 거주를 허용한 방침을 번복하고 기숙사 입주를 의무화하는 지침을 내려 대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8일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대학생들이 재학 기간 반드시 기숙사에 입주할 것을 규정한 새 지침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기숙사를 정치사상 교육을 위한 최전선으로 만들어 학생성장에 유익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방침의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학생 보호와 의사소통 대책 등 기숙사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뒤 학생들이 룸메이트의 방과 후 생활 동향을 기숙사 사감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 등 인권침해 소지를 안고 있는 지침도 각 대학에 시달했다. 물론 기숙사 여건을 향상시키겠다는 약속도 있다.
칭화(靑華)대 등 일부 대학은 이 방침을 즉각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런민(人民)대 재학생은 “기숙사는 밤 11시30분이면 전기를 끊는데 각종 시험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너무도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 조치가 지나치게 획일적이라고 말한다. 한 여학생은 “내 룸메이트는 학교 근처에서 남자와 동거하고 있어 기숙사에서 잠을 자지 않고 있는데, 우리는 성인이기 때문에 이를 사감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대학의 기숙사 입주비는 연간 500~1,200위안(6만~14만4,000원) 수준으로 베이징의 방 1칸 월 임대료(1,500위안)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중국 언론조차 경제적 비용보다는 학생들의 주거 선택권에 비중을 두면서 교육부의 조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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