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목표와 응축된 힘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시민ㆍ사회운동은 전 세계 운동가들에게 존경의 대상입니다.”
대안 사회주의 프랑스 농민운동가 조제 보베(53)가 한국을 찾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초청으로 ‘한국사회포럼 2007’ 참석차 방한한 그는 “쌀 수입을 허용하기로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며 “한국 정부는 농민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FTA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FTA가 위험한 이유에 대해 “다자간 협상인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는 할 수 없었던 모든 제약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곳곳에서 FTA가 난항을 겪는 모습은 이 체제가 농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옹호하는 식민주의의 변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30여년간 시민ㆍ사회운동에 매진해 온 그는 1999년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 미오에서 맥도날드 건물을 트랙터로 파괴한 뒤 국제 사회에 일약 ‘반(反) 세계화’의 기수로 떠올랐다. 99년 미국 시애틀 WTO 각료회의, 2001년 브라질 세계사회포럼(WSF), 선진 8개국 정상모임(G8) 반대 시위 등 전 세계적인 이슈의 중심에는 어김없이 그가 서 있었다.
왜 그는 남들이 꺼려하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내할까. “세계화, 유전자변형식품(GMO), 빈민 문제 등은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바로 소외되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절박함을 알아달라는 호소다. 4월 프랑스 대선에 출마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 그와 한국의 인연은 각별하다. 2003년 세계화에 반대하며 멕시코 칸쿤에서 분신한 고(故) 이경해씨와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두 눈을 다시 뜨게 된 느낌”이라는 그 때의 충격과 감동은 한국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
“정말 슬픈 사건이었지만 전 세계 모든 농민들을 위한 그의 희생은 하나의 힘이 되어 역사로 남을 것입니다.” 2004년에는 미군 기지 이전 문제로 정부와 마찰을 빚던 평택 주민들이 그가 사는 프랑스 라르작을 방문해 투쟁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한국 농업의 미래를 낙관하는 속내도 이처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역동성과 조직력을 갖춘 시민ㆍ사회운동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
그는 ‘식량주권 대토론회’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에 참석한 뒤 10일 출국한다. 방한 기간에는 농가를 직접 찾아 농민들과도 폭넓은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사진 원유헌기자 youhon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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