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전에 없이 강하게 반발했다. 8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 좌장격인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이 “국정원이 2005년 ‘이명박 X파일’을 만들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다.
국정원이 즉시 보도자료를 내고 이 최고위원을 향해 의혹이 있다면 검찰에 고발하라고 촉구한 것은 국정원의 강경한 기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정원이 직접 사실 여부를 밝히면 또 다시 진위공방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검찰에 맡겨 진상을 규명하자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이 정보기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의도로 공세를 펴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평소 정치권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던 국정원으로서는 이례적인 반응이다.
앞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6일 국정원을 항의 방문했을 때 김만복 원장은 “정치권이 국가 정보기관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 더 이상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강하게 맞선 바 있다.
국정원의 이 같은 대응은 대선국면에서 정치권의 공세를 차제에 차단하지 않으면 올 들어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인 정치중립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김 원장 취임 이후 올 초부터 정치중립을 핵심과제로 정하고 이를 위해 TF팀까지 꾸렸다”며 “그런데 정치권이 자꾸 물고 늘어지면 모든 게 허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우리는 내부적으로 X파일 같은 것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2005년 터진 김대중 정부 시절 불법도청 공개 등으로 조직이 큰 상처를 입은 이후 이제 겨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인식이다. 때문에 이번 의혹공방의 고비를 제대로 넘지 못하면 또 다시 신뢰가 위협 받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훼손하는 정치권의 공세에는 정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보 기관의 과거 속성상 만에 하나 X파일 비슷한 자료라도 만들었을 개연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때문에 국정원 일각에도 혹시나 하는 우려를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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