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에 관한 고소ㆍ고발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한나라당 경선 및 전체 대선판도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 명암이 엇갈릴 게 분명하다. 한나라당 경선(8월19일) 전에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수사의 영향은 본선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이 특수부에 사건을 배정해 수사한다는 것은 단순한 명예훼손 여부 판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전 서울시장의 부동산 차명보유 및 BBK 관련 의혹 등에 대해 실체적 진실규명을 하겠다는 의미다.
더구나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검찰의 의지에 비추어 한나라당 경선 전에 수사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만약 일부라도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 전 시장은 깊은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이 전 시장측이 검찰의 정치적 수사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의혹이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된다면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한 박 전 대표측이 타격을 받게 된다. 박 전 대표측이 "수사 결과를 왜곡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를 우려해서다.
또 한가지, 의혹 제기에 사용된 자료가 권력기관 등에서 유출됐는지 여부에 대해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일부라도 국가기관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국면은 달라진다.
민 컨설팅의 박성민 대표는 8일 "만약 권력기관이 유출한 흔적이 나온다면 이 전 시장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일거에 덮어버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시장이 대선국면 주도권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검찰이 '사실무근'이라고 판정한다면 상황은 복잡해질 수 있다. 한나라당, 특히 이 전 시장측은 검찰의 '부실수사'또는 '대선공작'으로 몰아붙일 공산이 크다.
수사 결과가 한나라당 경선 이후에 나올 경우도 상정해봐야 한다. 민감한 사안인데다 경선이 40여일 밖에 남지 않아 검찰이 이 시점을 넘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2002년 대선 때 '병풍 사건'도 특수부가 나섰지만 대선이 끝난 후 결과가 나왔다.
수사가 지연된다면 한나라당에선 치열한 의혹 부풀기와 공방이 지속되고, 본선 국면에서도 여야간 의혹 싸움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어떤 수사결과가 나오든 검찰이 대선판도의 중대한 변수로 떠올랐음을 의미하며,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에 대한 논란을 부르고 있다. 또 고소ㆍ고발 남발로 이런 상황을 사실상 자초한 정치권의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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